국방부 산하 재단법인인 한국군사문제연구원(군문연)이 기본적인 금융거래 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석연치 않은 투자로 100억원 가까운 투자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군문연은 해마다 국방부로부터 군인복지기금 수십 억원을 지원 받고 있어 재정 상태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국방부와 군문연이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군문연은 각종 부동산 투자를 하면서 부동산 담보물의 권리 관계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않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투자 행태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군문연은 2004년 8월 인천 주안역 인근 상가(지상 10층, 지하 2층)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M사에 60억원을 빌려줬다. 담보는 이 건물 6층~10층을 S사에 팔고 M사가 받기로 한 75억원이 입금될 은행계좌에 대한 권리 설정(질권). 하지만 M사와 S사는 다른 은행계좌를 통해 매매 거래를 끝냈고, 군문연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
뒤늦게 군문연은 건물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에 나섰지만 채권우선순위는 이 건물을 담보로 M사에 20억원을 빌려준 우리은행에 있었다. 거액을 빌려주면서 등기부등본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이후 M사는 사실상 부도를 냈고, 은행은 2005년 9월 경매개시 결정을 내렸다.
현재 이 건물은 20억원 안팎에서 유찰이 거듭돼 설사 낙찰이 된다 해도 근저당권 우선 설정에 따라 돈은 고스란히 은행이 가져간다. 군문연 관계자는 "M사와 S사를 상대로 민ㆍ형사상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했지만 원금 회수는 어렵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지적이다.
군문연의 엉뚱한 투자는 이 뿐만이 아니다. 군문연은 2003년 온천 개발 정보를 듣고 충남 천안시 성정동에서 S산업㈜가 9층 높이로 신축 중이던 건물에 30억원을 투자했지만, 근저당 설정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대부분을 날리게 된 상황이다. 2005년에는 부산의 한 건설 회사에 30억원을 투자했다 15억원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2003년에는 10억원을 투자한 S휘트니스 업체가 부도가 나자 회사를 인수해 지금까지 116억원을 퍼붓고 있다. 군문연이 투자한 서울의 또 다른 휘트니스는 2005~2006년 60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군문연은 수익 전망이 불투명한 대학 게스트하우스 호텔 운영 사업에 400억원 가까운 돈을 투자했다.
심지어 군문연은 이 같은 사업 투자 시 국방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도 원장 전결로 우선 처리한 뒤 사후 승인을 받는 편법을 썼다.
군문연은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자 지난해 8월 사업개발부장을 '사업추진 부적정'을 이유로 파면하는 등 스스로 사업 추진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공성진 의원은 "군문연은 전역 군인의 복지를 위해 쓰여야 할 수십 억원을 빌려주면서 담보물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이라는 기본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뒤늦게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사실상 돈을 날린 셈이며, 군인복지기금을 포함한 군문연의 재정 상태와 사업 추진 절차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국방부 주변에서는 군문연의 사업 능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군문연은 2005년 97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1억여원의 적자를 냈다.
●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은…
군 경험이 풍부한 예비역 장성 및 대령들을 국방ㆍ군사 관련 정책 개발 및 연구에 참여 시켜 국방ㆍ군사 발전을 도모하고 이들의 생활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국방부가 1994년 군인공제회 특별회계를 통해 지원한 380억원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지금까지 700억원 가량의 기금이 쌓였는데, 국방부는 일반회계 예산에서 특정 단체(연구원) 회원에게 재원을 출연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감사원의 지적에도 불구, 아직도 해마다 30억원 가까운 기금을 연구원에 지원하고 있다.
특히 군인공제회, 국방대학교 등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기관과 달리 연구원은 민법에 의해 세워진 비영리 공익단체라는 이유로 2000년부터 각종 수익사업을 하고 있다. 송파구에 있는 남성대 퍼블릭 골프장과 연습장, 상무대 체력단련장, 인천공항 외국항공사 터미널 주식회사 등 사업체를 갖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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