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미국 시카고 교육당국은 학생들의 성적이 나쁜 공립학교는 보조금을 끊거나 특별 관리하고, 교사들의 승진 연봉에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도록 유인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불이익을 우려한 교사들은 성적을 조작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이스라엘의 한 놀이방에서는 아이를 데리러 오는 부모의 지각을 막기 위해 10분당 3달러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지각은 오히려 2배가 늘어났다. 벌금 내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통념을 뒤엎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 <괴짜 경제학> 에 소개된 사례다. 괴짜>
▦저자인 시카고대 교수 스티븐 레빗은 인센티브(Incentive)가 "현대의 삶을 지탱하는 초석이며, 모든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말대로 그는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많은 사회현상을 인센티브라는 열쇠로 풀어 명쾌하게 설명한다. 인센티브는 인간의 행동을 유도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대한민국 의 학부모들이 교육에 올 인하고, 직장인들이 번듯한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공기업 시험에 매달리는 이유도 안정된 미래라는 유인책 때문이다. 저명한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은 "경제는 한마디로 인센티브"라고 단언했다.
▦이번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레오니트 후르비치 미네소타대 석좌교수를 비롯한 3인의 수상 이유가 된 '제도설계이론(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의 핵심도 마찬가지다. 제도설계이론은 정보의 불일치로 완전경쟁이 실현되지 않는 현실세계에서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이론을 제시했다. 후르비치 교수는 바람직한 사회제도는 구성원들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제도와 구성원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신용카드에 세금 공제혜택을 주어 조세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그런 예다.
▦우리 주변에는 잘못된 유인책으로 사태를 악화시키는 사례도 많다. 규모보다 일 잘하는 정부를 지향한다는 이 정권의 모토가 그렇다. 공무원조직은 성과를 높이기 위해 인력과 예산부터 늘리고 보는 것이 유리하다. 청사를 지어도 기업보다 더 호화롭고 크게 짓는 게 편하다.
이런 잘못을 지적하는 언론은 위험하거나 귀찮고 불편한 존재다. 당연히 접촉을 제한하고, 알리고 싶은 정보만 주는 인센티브가 자유롭게 만나고 충실하게 정보를 제공할 이유보다 절대적으로 크다. 그렇게 나온 것이 이름만 그럴듯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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