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남한의 대학이 힘을 합칠 때 통일은 물론 동북아 평화와 번영도 앞당길 수 있습니다.”
남한 학자들이 북한 대학생을 제자로 맞아 평양에서 이공계 학문을 전수할 날이 멀지 않았기 때문인지 김진경(72) 옌볜과학기술대 총장의 목소리는 흥분에 차 있었다.
내년 4월 문을 여는 평양과학기술대의 초대 총장 임명자인 김 총장은 16일 서울대 통일연구소가 마련한 포럼에서 ‘평양과기대의 설립 추진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1시간 가량 강의했다. 청중 사이에는 옌볜과기대 출신의 김 총장 제자들도 몇 명 끼어 있었다.
김 총장은 2001년 방북 초청을 받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옌볜과기대 같은 대학을 북한에도 하나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다른 나라에도 대학을 세웠는데 같은 민족 땅에 못 세울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승낙을 하긴 했지만, 옌볜과기대를 세울 당시 중국 정부로부터 말 못할 고초를 겪었던 경험이 떠올랐다.
당시 중국은 ‘많은 한국인이 살고 있는 옌볜에 학교를 세운 배경이 의심스럽다’며 처음 만들었던 교가도 못 부르게 했을 정도다. 김 총장은 김 위원장에게 인사권을 요구해 “원하는 대로 하라”는 답변을 얻어냈다.
그는 평양과기대 개교 준비 상황에 대해 “건물은 이미 완공된 상태”라고 말했다. 박찬모 포스텍(포항공대) 전 총장이 정보통신공학 학부장을 맡기로 했으며 오랜 지인인 서남표 KAIST 총장도 어떤 형태로든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김 총장은 이날 강연에서 남한 대학생들이 통일의 필요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심지어 대학생 열명 중 한명 꼴로 통일을 하지 말자고 생각할 정도라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우리가 이렇게 잘 사는데 통일은 해서 뭐하냐’는 인식은 지성인이라 할 수 있는 대학생들이 할 생각이 아니다”며 “동물만이 자신의 먹이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지 사람은 남을 생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총장은 또 “(북한에 비하면) 남한 사람은 ‘엄청난 부와 축복’을 가졌다”며 “남한의 대학이 나서서 민족의 생존을 위한 절대 가치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기기자 one@hk.co.kr김재욱인턴기자(연세대 사회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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