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의원이 16일 민주당의 17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선출됐다. 이로써 이 후보는 1997년 대선과 2002년 민주당 경선에 이어 대권 3수(修)에 나서게 됐다.
이 후보는 이날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대회에서 지역순회 및 대의원투표, 여론조사 합산 결과 김민석 전 의원과 신국환 의원, 장상 전 민주당 대표를 여유 있게 물리쳤다.
이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온 몸을 불태워 당이 부여한 임무를 완수하고 12월19일 반드시 민주당의 승리를 이끌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10년 전 독자 출마와 5년 전 주도적으로 창당한 민주당을 떠난 일로 국민과 당원에게 깊은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중도개혁주의를 일관하며 민주당에 저의 혼과 뼈를 묻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경제성장의 혜택을 서민, 중산층에 골고루 돌아가게 함으로써 진정한 중산층 강국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대선 본선경쟁에 뛰어들게 되면서 경선불복과 탈당의 꼬리표를 떨쳐내고 정치적 명예회복과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민주당이 호남의 적통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소수파에 머물고 있는데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호남 대표주자로 부각되고 있어 이 후보가 범 여권 단일화 후보로 낙점 받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나마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과는 달리 민주당이라는 기반을 갖고 있다는 정도가 비교우위라고 할 수 있다.
이 후보는 범 여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개혁세력의 단일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와 1대1 대결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후보측은 당장 "국정실패 책임자가 이명박 후보와 싸우면 필패"라며 열린우리당 의장 출신인 정 후보를 직접 겨냥하고 있어 단일화 논의가 난항을 겪을 것임을 예고했다.
■ 이인제 후보는 장관·지사 '탄탄대로'… 당적 8차례 '굴곡'
이인제 후보는 1948년 12월 11일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판사를 거쳐 변호사로서 인권변론에 앞장섰던 그는 88년 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통일민주당 공천을 받아 40세의 젊은 나이로 정계에 입문했다. 3당 합당으로 민자당에 합류, 김영삼 정부 시절 초대 노동부 장관과 초대 민선 경기지사를 지냈다. 욱일승천의 기세였다.
이 후보는 그러나 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도전을 시작으로 굴곡 많은 정치행로에 접어들게 된다. 당시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패한 뒤 그는 신한국당을 탈당해 대선 출마를 강행, 500여만표로 3위를 차지하며 차기주자로서의 잠재력을 과시했다.
그리고 이듬해 새천년민주당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는 동교동계의 지원을 바탕으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대세론'을 구가하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으나 노무현 후보의 바람 앞에 다시 고배를 마셔야 했다.
16대 대선 직전인 2002년 12월 민주당을 탈당, 자민련에 입당했고 올 1월에는 국민중심당에 합류했다가 5월 민주당에 복당했다. 정치 입문 후 20년 동안 8차례 당적을 보유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 것이다.
끊임없이 권토중래를 모색해 온 이 후보는 올 초 민주당 경선에서 탄탄한 조직력과 특유의 부지런한 행보로 조순형 후보의 대세론을 꺾고 17대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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