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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형제 폐지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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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형제 폐지 국가

입력
2007.10.1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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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투사들이 원형 경기장 콜로세움으로 나가면서 인사를 한다. "죽으러 가는 사람들이 폐하께 인사 올립니다." 검투사 간의, 혹은 맹수와의 목숨을 건 혈투를 앞두고 그들은 황제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영화 <쿼바디스> 를 보면, 검투에서 이겼다고 그들의 목숨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황제가 엄지 손가락을 위로 치켜 드는 "살려 주어라"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1999년 12월부터 간간이 로마의 콜로세움에는 금색 불빛이 비춰졌다.

세계 인권운동단체들이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이벤트를 펼치는 것이다. 각국에서 사형제도가 폐지될 때마다, 금색 불빛에 "살려 주어라"는 엄지 손가락 영상을 48시간 동안 비춰 기념해 왔다.

▦ 그 무렵 우리 국회에도 사형제도 폐지법안이 상정되었다. 그러나 사회적 찬반 논의만 간헐적으로 일었을 뿐 구체적 성과가 없었다. 그 동안 유엔과 로마 교황청이 사형 폐지를 적극 권장했고,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을 사형폐지 집중대상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1975년 인혁당 사건 연루자 8명에 대해 대법원이 사형을 확정하자 곧바로 사형을 집행한 비극적 '사법살인'을 겪었으면서도, 제도적 개선은 따르지 않았다.

▦ 사형제는 기본적으로 함무라비 법전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인과응보적 법감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근래 118개국이 사형을 폐지함으로써, 이 제도를 유지하는 나라의 2배에 가깝다.

터키는 EU에 가입하기 위해 사형제를 폐지했다. 사형제가 없는 유럽이 다수의 주가 사형제를 유지하는 미국(12개 주, 워싱턴DC만 폐지)보다 더 치안이 잘 되고 있다.

▦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23명이 사형 집행된 후 10년간 사형 집행이 없었다. 그 결과로 지난 10일 우리나라가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가 됐음을 알리는 '사형제 폐지국가 선포식'이 열렸다.

아직 법적으로 사형제가 폐지된 것은 아니나 10년간 사형집행이 없으면 사형폐지국가로 국제적 공인을 받기 때문에, '세계 사형 폐지의 날'인 이날로 100일 정도를 앞당겨 선포식을 연 것이다.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도 범죄자를 옹호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형제보다 종신형제를 유지함으로써, 반성할 기회와 함께 모두에게 최소ㆍ최후의 인권을 보장해 주자는 것이다.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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