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선원 4명 등 24명이 승선한 마부노 1ㆍ2호가 소말리아 인근 수역에서 해적에 납치된 지 오늘로 156일이 된다. 해외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랍사건 가운데 최장 억류 기록이다.
이들은 먹거리와 의약품이 절대 부족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구타 등 온갖 비인간적 대우를 받으며 석방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피랍자 가족들의 절규도 가슴을 저리게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가 이들의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정부 당국의 고충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돈을 노리고 납치를 일삼는 해적들을 상대로 직접 협상에 나설 수는 없다. 정부라는 든든한 물주가 뒤에서 받치고 있다는 인상을 주면 몸값 협상에서 불리할 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한국인들은 납치범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물밑에서 전문가를 내세워 협상을 해야 하며 정부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정답이다. 정부당국은 적어도 이런 차원에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그 노력이 충분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건 해결에 적극 개입했던 정부가 이 사건에는 직접 나서지 않고 있다는 이중잣대 논란도 일고 있다. 다 같이 소중한 우리 국민의 생명이다. 차별적인 대처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탈레반이 다산ㆍ동의부대 철군 등을 요구로 내걸면서 처음부터 정부가 말려들어간 아프간 피랍사건과 이 사건을 동일시하기는 어렵다.
소말리아 해적이 8월 중순께 몸값 협상에서 의견을 접근시켰다가 아프간 피랍자 석방과정을 지켜본 뒤 몸값을 더 올려 부르는 바람에 협상이 꼬인 측면도 있다.
탈레반측이 두 차례에 걸쳐 1,000만달러의 몸값을 받았다는 외신 보도 역시 해적들과의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본질적으로 납치범들과의 심리 게임인 석방협상은 이처럼 수많은 변수가 얽혀 들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책임이 면해지지는 않는다. 피랍선원들이 한시라도 빨리 무사 귀환토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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