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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손님

입력
2007.10.1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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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10월 17일, 미군이 황해도 신천에 들어갔다. 북한은 이날부터 12월 7일까지 52일 동안, 미군들이 신천군 주민의 1/4에 해당하는 3만 5,383명의 양민을 학살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한국전쟁의 ‘신천 사건’이다.

황석영(64)이 한국전쟁 50주년이던 2000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한국일보에 연재한 장편소설 <손님> 은 이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그때 기자는 문학담당으로 원고를 맡았다.

황석영이 보내오는 원고에는 매일 헛것(유령)들이 떠돌고 주검들이 울부짖었다. 황석영은 북한의 주장과 달리 신천사건을 미제의 만행이 아니라 우리끼리의 살육, ‘한 동네서 오손도손 살던 사람들의 행악’으로 본다.

자생적 근대화를 이루지 못한 이 땅에 찾아온 사회주의와 기독교라는 외래 사상, 손님마마귀신에 사람들은 아예 몸을 내주고 서로 피로써 피를 부르는 참극을 빚었다는 것이다.

“동무는 정말 새로운 시대의 쓰레기요 아편장이야!”(사회주의) “너 이 새끼 우리 땅 뺏구 천년만년 리당위원장 해먹을 줄 알았네?”(기독교). 미군의 인천상륙, 중공군 참전 등 전황에 따라 그들은 서로를 죽였다. “저 새낀 수박이다, 아니다 사과다, 아니다 감이다, 진짜배기 청참외다, 하넌 농이 오가군 했디. 퍼랭이냐 뻘갱이냐, 아니문 뻘갱물 든 퍼랭이냐 퍼랭물 든 뻘갱이냐. 아무튼 물든 것덜언 다 쥑에야 되었다.”

하지만 “서로 죽이구 죽언 것덜 세상 떠나문 다 모이게 돼 이서”, 그 혼령들이 <손님> 에서 입을 열어 말하는 주인공들이다. 진지노귀굿 열두 마당을 소설 형식으로 해서 그들을 불러낸 황석영은 “아직도 한반도에 남아 있는 냉전의 유령들을 이 한 판 굿으로 잠재우고 싶다”고 연재 후 소감을 밝혔었다.

과연 그 유령들은 잠들었는가, 또 손님들은?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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