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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추행범 한국 드나들며 영어까지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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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추행범 한국 드나들며 영어까지 가르쳤다

입력
2007.10.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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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기구(인터폴)가 전세계에 공개수배한 아동 성추행범이 불과 며칠 전까지 한국에서 영어 교사로 일한 것으로 16일 밝혀졌다.

수 년간 동남아 일대에서 어린이 성추행, 성학대 범죄를 저지른 뒤 사진까지 찍어 인터넷에 올린 이 범인은 인터폴과 한국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11일 황급히 한국을 떠났다. 특히 이 범인은 최근 몇 년간 수차례 한국을 드나든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그가 국내에서 성추행 범죄를 저질렀는지 수사 중이다.

■ 국내서 두 달여 체류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국적으로 자신을 ‘비코(Vico)’라고 소개해온 범인은 2002년~2004년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어린 소년 12명을 성추행 하는 장면을 직접 찍은 200장 이상의 사진을 최근 몇 달 동안 인터넷에 올렸다.

인터폴이 회오리 모양으로 처리된 비코의 얼굴을 상당 부분 복원한 뒤 9일 인터넷에 올리고 공개 수배하자 단 이틀 만에 전세계에서 350건 이상의 제보가 쏟아졌다. 인터폴은 이를 바탕으로 이름, 국적, 출생 연월일, 여권번호, 과거 경력, 현재 직업 및 직장 등을 상세히 파악했다.

특히 인터폴은 비코가 최근까지 한국의 한 지방도시에 있는 외국인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일했다는 제보를 듣고 10일 한국 경찰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경찰은 바로 소재 파악에 나섰고, 11일 오후 비코가 지방도시의 한 외국인학교와 8월 15일부터 1년 동안 계약을 맺고 근무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비코는 같은 날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태국으로 떠난 뒤였다. 경찰에 따르면 비코는 인터폴이 공개수배한 다음날인 10일 서울로 갔다가 11일 방콕행 비행기를 탔다. 한국 경찰은 즉시 태국 경찰에 비코의 출국 사실을 통보했지만 비코는 이미 방콕국제공항을 빠져 나가 잠적한 뒤였다. 매번 간발의 차이로 눈앞의 범인을 놓친 것이다.

인터폴은 현재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독일, 캐나다 경찰 등과 함께 범인을 추적 중이다.

■ 한국에 수 차례 드나들어

경찰은 비코가 국내에서도 성추행 범죄를 저질렀는지 조사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추적 중인 인물이 국내에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학교 관계자와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비코가 올해 뿐만 아니라 2004년 이후 여러 차례 한국을 드나든 사실을 확인, 당시 근무했던 학교 등을 대상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비코는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집중적으로 성추행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기간중 국내에 체류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 원어민 강사 관리대책 시급

이번 사건을 계기로 원어민 강사를 체계적으로 검증ㆍ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코 뿐만 아니라 지난해 8월에도 미국에서 6세 소녀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미국인(41)이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현재로선 원어민 강사들이 자국에서 마약 복용이나 성범죄 등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국내에선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교사로 일할 수 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해당 국가에서 범죄자료를 넘겨 주지도 않고 정보 공유도 안되기 때문에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학교는 교육 당국을 거치지 않고 원어민 강사를 채용하는 등 검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어린이, 청소년 등을 가르치는 강사, 교사의 취업 비자는 더 엄격한 심사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어민 강사에 대한 인성교육 강화도 필요하다. 현재 교육부, 시교육청 등을 통해 입국하는 원어민 교사ㆍ강사는 1주일간 한글, 한국 학교시스템 등에 대한 사전교육만 받을 뿐이다.

학위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력 없는’ 외국인 강사가 수두룩한 것도 문제다. 실제 대통합민주신당 민병두 의원에 따르면 국내 원어민 교사 2,970명의 졸업 학위와 미국 인증기관의 데이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중 106명이 학사 학위조차 없이 근무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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