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싱글(27ㆍ가명)씨는 수면조절 시스템과 산소바람 덕분에 아침이 상쾌하다. 좌변기에 앉아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이상이 생기면 자동으로 병원에 진료를 예약한다.
아침ㆍ저녁 식사는 요리법 자동 알림이인 ‘스파이시 카트리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한다. 휴식 때는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겸용 프로젝터를 컴퓨터에 연결해 창가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최신작 영화를 감상한다.
몇 년 뒤에나 있을 법한 가상 현실이 11일 서울 논현동에 있는 삼성디자인학교(SADI) 제품디자인학과 졸업전시장에서 펼쳐졌다. 이날 행사에서 10명의 졸업생들은 총 33점의 독특한 아이디어 작품을 선보였다.
이들이 출품한 작품들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작은 불편사항들을 디지털 기술과 연관해 상품화 시켰다는 점에서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졸업생 남성규씨가 내놓은 ‘오키드폰’은 유아들을 위한 전용 휴대폰으로, 주요 번호만을 입력해 놓은 4개의 버튼만을 부착했다.
어른 손가락 3개 크기의 이 제품은 가운데 부분을 180도 회전시키면 하트 모양의 게임기로 탈바꿈한다. 남씨는 “휴대폰을 사용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손쉽게 휴대폰을 사용하면서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적절하게 조화했다”며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출품작 가운데 가장 우수한 제품으로 평가 받은 남정균씨의 전자 만년필 ‘쿼드’ 부스에는 많은 관람객들이 몰렸다. 쿼드의 앞부분에는 거리와 가속도를 감지할 수 센서가 달려 있어 어떤 재질 위에 쓴 내용도 기억한다. 쿼드 뒷 부분에 부착된 위치측정장치(GPS) 덕택에 기록 당시의 장소와 시간 저장도 가능하다.
박상현 졸업생 등이 전시한 ‘포토 다이어리’도 눈에 띄었다.
디지털 카메라를 주 기능으로 한 이 제품에는 문자인식 패드가 붙어 있어 촬영된 사진에 간단한 메모를 첨가해 저장할 수 있다. ‘디지털 그림일기장’을 연상케 하는 이 아이디어 상품은 대형 LCD 화면까지 채택해 디지털 액자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밖에 냉ㆍ온장 기능과 디지털 TV를 갖춘 ‘디지털 다이닝 탁자’와 자동으로 음식 온도조절이 가능한 주방용기, 휴대형 저장장치(USB)를 초콜릿 조각 형태로 세분화해서 특정 콘텐츠를 알기 쉽게 저장하도록 만든 ‘초콜릿 폴더’ 등도 관심을 모았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댄 보야스키 미국 카네기멜론대 디자인스쿨 학장은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의 외관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상품 기획에서부터 제조와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것”이라며 “제품을 사용할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먼저 파악한 다음 제품 제작에 들어가야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SADI는 1995년 삼성전자가 설립하고 운영 자금의 80%를 지원하고 있는 3년제 디자인 전문학원이다. SADI는 세계 3대 디자인상 가운데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07’에서 7개 분야에서 수상자를 배출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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