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치기 좌파 경제정책을 척결하고, 경제발전으로 다같이 잘사는 ‘국민성공 시대’를 열겠다.”(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상위 20%를 위한 약육강식의 경제를 지양하고, 나머지 80%도 잘사는, 따뜻한 자본주의와 복지국가를 실현하겠다.”(대통합신당 정동영 후보)
3개월 가량 앞으로 다가온 올 대통령선거는 경제공약과 관련, ‘성장이냐 분배냐’, ‘효율이냐 형평이냐’ 등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충돌하고 검증받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통합신당 정동영 후보가 내세운 핵심 경제공약은 기업 및 금융정책 등에서 뚜렷이 대비된다.
두 진영의 경제공약은 각 캠프의 지지층 결집과 대선 표심(票心) 구하기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후보의 경제정책 기본방향은 “정부의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경제대통령’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는 이 후보는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활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경제발전과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
이를 통해 국민 모두가 잘사는 ‘국민성공 시대’를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참여정부가 내세웠던 부자와 서민, 강남과 비강남 등 편가르기식 경제정책을 지양하고, 성장을 통해 세계7대 경제강국을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반면 정 후보는 “기득권자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시장질서를 지키기 위해 정부가 공정한 심판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배를 소홀히 하는 이명박식 성장 편향과 대기업위주의 경제정책 대신 중산 ㆍ서민층과 중소기업을 위한 스웨덴식 복지국가 건설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승자가 독식하는 이명박식 경제정책 대신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건설하겠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이 후보 정책은 효율과 성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영ㆍ미식 자본주의에 가깝고, 정 후보의 경제공약은 분배, 형평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북유럽식 복지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기업정책
기업정책은 양 후보의 차이점이 가장 크게 드러나는 부문이다. 이 후보는 참여정부의 출자총액제한제도 같은 재벌 규제책이나 기업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철폐해서 기업 활력의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을 제한하는 금산분리 원칙도 완화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재벌의 금융업 진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정 후보 공약과 대척점에 서 있다.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강만수 일류국가비전위원회 정책조정실장은 “이 후보의 기업 규제 완화 정책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최소한 국제 수준으로 낮춰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 기업과 공정한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현 정부가 금산분리 원칙을 지나치게 고수, 국내 자본의 발목을 잡고 있는 바람에 외국자본의 국내 은행 지배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자본의 역차별을 시정해야 한다는 것.
반면 정 후보 측은 참여정부의 재벌규제 정책을 계승할 것을 공약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징벌적 손해 배상제도를 도입하고 재계가 반대해온 집단소송제의 확대에 찬성하는 등 오히려 현행 규제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정 후보의 김동열 보좌관은 “건전한 자본주의는 균등한 기회, 공정한 경쟁을 보장돼야 하며, 현행 재벌규제 정책이 이를 지키는 제도적 장치”라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의 금산분리 완화 주장은 공정하게 분배돼야 할 금융자본이 소수 재벌에게 넘어가는 것을 부추기는 것으로 공정경쟁질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 조세정책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는 이 후보는 정돈된 감세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법인세의 경우 최고세율을 25%에서 5%포인트 내려 기업들의 조세부담을 덜어주고, 이를 통해 좋은 일자리도 늘리겠다는 것이다.
또 서민생활 보호를 위해 유류세 10% 인하, 장애인용 차량ㆍ택시 액화석유가스(LPG) 세금 면제, 근로자 소득공제 확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또 복잡한 세목도 절반 이하로 통합 정리해 세정을 투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세수가 줄어도 예산을 10% 절감해 재정 건선성도 유지하는 등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후보측 김동열 보좌관은 “법인세율 인하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일부 재벌과 계열사이며, 그 피해를 입는 사람은 다수의 서민과 중산층”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김 보좌관은 또 “중산층 복원, 사회적 약자 보호 등 시급한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감세공약은 무책覃?선동”이라며 감세나 정부 규모 축소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일자리ㆍ비정규직
이 후보 측 강 정책조정실장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복지이며, 일자리보다 좋은 사회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국 수준으로 세금을 낮추면 성장률이 오르고,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게 이 후보측의 논리다.
노사간 최대쟁점으로 부각된 비정규직 관련 제도를 정부가 섣불리 고칠 경우 기업이 고용을 기피하게 만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문제는 시장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동영 후보 진영은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선호한다. 예컨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한시적으로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법인세 특별 공제 혜택을 부여한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각종 혜택을 주겠다는 점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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