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 주변에선 장탄식이 흘러 나왔다. “정치적 낭만주의에 빠져 전략 부재의 선거를 치렀다”는 후회 때문이다.
손 전 지사측이 가장 가슴 아파 하는 대목은 7월 설훈 전 의원의 캠프 합류 등 동교동의 모호한 손짓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음을 확신, 덜컥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참여를 결정한 것이다.
손 전 지사는 “경선에만 들어 오면 꼭 후보로 만들어주겠다”는 중진들의 약속도 있는 그대로 믿었다고 한다. 치밀한 준비 없이 경선에 뛰어든 탓에 손 전 지사는 ‘본 게임’엔 뛰어 보지도 못한 채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에게 허무하게 ‘후보 단일화’의 자리를 내준 셈이 됐다.
손 전 지사는 경선 룰 협상 때 “앞서 있는 내가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협상에 임한 결과, ‘선거인단의 지역별 인구비례 가중치를 두지 않는다’, ‘예비경선 1인 2표제를 도입한다’는 치명적 부분을 수용했다.
때문에 경선 초반 대세론이 상처를 입고 결국 선거는 조직력으로 승부가 났다. 9월 초 예비경선 직후 김부겸 선대본부 부본부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뒤늦게 시정을 촉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손 전 지사의 결벽주의 때문에 선거자금을 친인척 등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의존한 탓에 캠프가 지독한 재정난에 시달린 것, 한나라당 전력에 대해 탈당 직후 사과하지 않은 것 등도 측근들이 꼽는 패인이다.
한 오랜 측근은 “현재로선 정치를 계속한다는 손 전 지사의 의지는 강하다”면서 “이번 실패는 ‘범 여권이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배운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5년 뒤를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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