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환매조건부 주택과 토지임대부 주택이 철저히 외면 당했다. 군포 부곡지구에서 처음으로 시범분양을 한 결과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0%에 그쳤다.
모델하우스를 찾는 방문객도 거의 없는 분위기라니 2, 3순위 청약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지난해말 정치권에서 요란했던 반값 아파트 논쟁을 생각하면 너무나 허망한 결과다.
우리는 이미 반값아파트에 회의를 표시하면서 그 타당성과 현실성을 더 따져볼 것을 주문(2006년 12월 1일자 사설)한 바 있지만,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이유는 간단하다. 무늬만 반값아파트이기 때문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의 경우 분양가는 일반 아파트의 55% 수준이지만, 토지임대료로 월 37만~42만원을 내야 한다. 관리비 난방비까지 감안하면 서민 가구에는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분양가가 일반 아파트의 거의 90% 수준이다. 게다가 자유롭게 팔 수도 없으니 일반 아파트와 비교해 무엇이 장점인지 알 수가 없다.
반값이라는 소리에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청약대기자들은 우롱 당한 기분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서울 강남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도 미분양이 될 정도로 칼바람이 부는 시장상황에서 이렇게 어정쩡한 주택이 호응을 받을 리 없었다.
두 제도는 시장원리와 무관하게 '반값아파트'라는 상징적 정치 논리로 어설프게 시작한 것부터가 문제였다. 지난해 말 홍준표 의원의 발의로 한나라당이 토지임대부 주택을 당론으로 채택하자, 열린우리당이 환매조건부 주택으로 맞서면서 두 가지 모두 시범실시하기로 정치적 타협을 보았다. 정치권의 발의로 일이 시작되다 보니 정부에서도 큰 관심을 갖지 않아 애물단지 취급을 받게 된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내 집에 대한 소유의식이 강한 한국적 주거문화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 실책이다. 아무리 장점이 많더라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상품은 성공할 수 없는 것이 시장의 이치다. 경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평범한 원칙을 반값아파트 분양 실패 사례에서 뼈 아프게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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