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로 40주기를 맞은 아르헨티나 출신 혁명가 체 게바라. 그를 저항과 열정의 아이콘으로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초상화에 숨겨진 비밀이 공개됐다.
본명이 에르네스토 게바라 데 라 세르나인 체 게바라는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혁명에 성공한 뒤 세계를 돌며 게릴라 투쟁을 하다 1967년 볼리비아에서 붙잡혀 39세의 나이로 총살당했다. 하지만 그 죽음을 계기로 체 게바라는 게릴라의 전설이자 영웅이 됐고 그에 대한 지구촌 젊은 세대의 동경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 열기는 검은 베레모와 텁수룩한 턱수염, 갈기처럼 삐죽 나온 장발, 열정적인 눈빛과 굳게 다문 입 등을 그린 초상화로 인해 더욱 뜨거워졌다.
그 초상화는 쿠바의 사진작가 알베르토 코르다의 사진을 아일랜드 화가 짐 피츠패트릭이 블랙과 화이트, 레드의 삼색 만을 사용해 만든 것으로 체 게바라가 죽은 이듬해 제작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뉴스 사이트 신화망의 16일 보도에 따르면 피츠패트릭은 최근 인터뷰에서 체 게바라의 초상에 자신만의 비밀 표식을 해놓았다고 처음 고백했다.
그는 “그래픽 스타일로 형상화한 게바라의 초상이 가능한 한 널리 배포되기를 원하는 동시에 작품 안에 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내 성의 이니셜 F를 체 게바라의 어깨에 써넣었다”고 털어놓았다. 피츠패트릭은 또 원본인 코르다의 사진에 나온 것보다 체 게바라의 눈을 약간 크게 하는 등 10여 곳을 수정했다고 술회했다.
하지만 그는 역사적 인물로 좌파의 숭앙을 받고 있는 체 게바라의 본래 모습에 흠집을 낸 것 같아 지금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이런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때문에 피츠패트릭은 많은 단체와 기업이 그 초상화를 무단 사용했지만 한번도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을 제기하는 것이 혁명을 향한 체 게바라의 높은 이상과 정열에 누를 끼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피츠패트릭은 “비록 나의 작품이지만 아직 체 게바라의 초상을 사랑하며 세계 각지에서 그 초상을 보면 바로 사진을 찍고 그림 속의 F를 확인한 뒤 혼자 웃곤 한다”고 말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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