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단 중 콜로라도 로키스의 올시즌 팀 연봉은 전체 25위에 불과하다. 선수들의 총 연봉 합계는 5,400만(평균 75만) 달러로 빅리거 가운데 몸값이 가장 비싼 뉴욕 양키스의 3인방 제이슨 지암비(2,340만 달러) 알렉스 로드리게스(2,270만 달러) 데릭 지터(2,160만 달러)의 연봉을 합한 것에도 훨씬 못 미친다.
콜로라도는 93년 창단 이후 지난 해까지 단 한번도 시즌 83승을 넘겨 본적이 없는 만년 하위팀. 불과 작년만 해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공동 꼴찌를 기록했다. 그러나 1년 만에 끈끈한 팀워크를 앞세워 180도 변신에 성공하며 찬란한 ‘가을의 전설’을 쓰고 있다.
‘기적의 퍼플팀’ 콜로라도가 대망의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콜로라도는 16일(한국시간) 홈 구장인 덴버 쿠어스 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6-4 역전승을 거두고 4전 전승으로 월드시리즈행 티켓을 따냈다. 승리가 확정되자 쿠어스 필드를 가득 메운 5만 여명의 홈 팬들은 하얀 손수건을 흔들며 광란의 도가니에 빠져 들었다.
앞서 디비전시리즈에서도 필라델피아를 3승 무패로 완파한 콜로라도는 이로써 지난 1976년 신시내티 레즈 이후 사상 2번째로 포스트시즌 7연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신시내티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필라델피아에 3연승을 거둔 후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도 4승 무패를 기록하며 패권을 거머쥐었다. 또 콜로라도의 월드시리즈 진출로 최근 6년 연속 와일드 카드 팀이 ‘가을의 고전’에 초대 받는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콜로라도는 9월 중순만 해도 지구 선두에 4.5게임이나 뒤지고 있어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은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시즌 마지막 15경기에서 11연승 포함, 14승1패의 경이적인 승률을 거두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극적으로 와일드 카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단판 승부로 가을잔치행이 가려지는 플레이오프에서 콜로라도는 연장 13회 대혈투 끝에 샌디에이고를 9-8로 꺾고 마지막 한 장 남은 티켓을 거머쥐는 기적을 연출했다.
콜로라도는 욱일승천의 기세를 몰아 포스트시즌에서 난적들을 잇따라 격파하고 월드시리즈 대권까지 넘보게 됐다. 포스트시즌 7연승 포함, 콜로라도가 최근 22경기에서 거둔 21승1패의 놀라운 성적은 1936년 시카고 커브스 이후 71년 만이다.
3차전에 이어 이날도 3-1로 앞선 4회 쐐기 스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며 챔피언십시리즈 MVP를 수상한 맷 할러데이는 “믿을 수 없다. 이런 기회가 올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며 “이 기쁨을 우리와 함께 한 팬들과 나누고 싶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할러데이는 디비전시리즈에서도 홈런 2방을 터트리며 중심 타자 몫을 100% 해냈다. 콜로라도는 8일간 휴식을 취한 후 오는 25일부터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승자와 7전4선승제의 월드시리즈를 치른다.
한편 앞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는 클리블랜드가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보스턴에 4-2 승리를 거두고 1패 후 2연승을 달렸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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