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 중국 권력 지형을 결정할 중국 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17전대)가 15일 개막한 이후 권력 변화의 징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그 징후를 두고 구구한 관측도 난무하고 있다.
먼저 17전대 개막식에 참석해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 겸 국가주석 옆에 앉았던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됐다. 장 전 주석은 상하이방(上海幇)을 이끄는 수장으로 후 주석과 치열한 권력 지분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주석은 리펑(李鵬) 전 총리, 주룽지(朱鎔基) 전총리 등 은퇴한 제3세대 지도부와 특별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지만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여러 추측을 낳았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16일 “재임 기간 공식 회의 석상에서 자주 졸던 장 전주석은 후 주석 보고를 내내 경청하고 재임시보다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고 묘사했다. 이런 동정은 후 총서기가 장 전주석과 상하이방의 견제로 자신이 미는 리커창(李克强) 랴오닝(遼寧)성 당서기를 후계자로 확정하는 데 실패했다고 분석과 오버랩돼 보도됐다.
아울러 장쩌민 전주석이 집권 당시 장 전주석의 라이벌이었던 차오스(喬石) 전 전인대 위원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장 전주석과 껄끄러운 관계인 주룽지 총리는 후 주석이 업무보고를 할 때 박수도 치지 않고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
후 총서기의 현직 최대 라이벌로 퇴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쩡칭훙(曾慶紅) 국가 부주석은 성실한 경청 태도를 보여 그의 거취를 더욱 안개 속에 가두었다.
부총리 승진이 유력시되는 왕치산(王岐山) 베이징 시장은 개막식이 끝난 직후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찾아가 악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홍콩 언론들은 후 주석과 장 전주석의 표정 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권력 향배를 가늠했다. 마치 구 소련 붕괴 이전 크레믈린 광장에 도열하는 지도자들의 순서나 표정으로 소련 권력 구도를 파악했던 방식(Kremlinology)이 연상될 정도이다.
외신들은 대체적으로 후 주석이 자신이 원하는 것만큼 권력의 지분을 확실히 챙기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밑에서 진행되는 권력 지형의 변화는 22일 중앙위원회를 통해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결정되면서 공개된다..
차기 지도자로 거론되는 리커창 서기와 시진핑(習近平) 상하이(上海)서기, 리위안차오(李源潮) 장쑤(江蘇)성 서기와 왕양(王洋) 충칭(重慶)시 서기 등은 외신의 조명을 받았다.
이들이 움직일 때마다 보도진이 몰렸고, 랴오닝성과 상하이 시 분임 토의실은 15, 16일 이틀간 취재 열기로 뜨거웠다.
하지만 이들을 말을 아끼면서 몸조심으로 일관했다. 리커창 서기는 정치국 상무위원으로의 승진 여부에 대해 “후 주석의 보고를 듣고 토론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리위안차오 서기는 자신의 거취에 관한 보도에 대해 “난센스”라고 답했다.
상하이방으로 정치국 상무위원 진출이 유력한 저우용캉(周永康) 공안부장, 허궈창(賀國强) 당 조직부장의 동선은 그리 주목 받지 않았다.
16일 허난(河南)성 전대 대표들이 후 주석의 과학적 발전관과 민생이라는 주제로 토론하는 등 전대 2,200여명의 대표들은 출신 지역별로 분임토론을 진행했다.
이날까지 17전대에서 대표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중앙위원들을 선출하는지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공산당은 선출정원의 100%를 초과하는 후보자를 내 일부를 떨어뜨리는 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얼마나 많은 후보자를 낼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전대 참석 대표들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이 7,300만 당원의 대표로 선정됐는지를 자세히 알지 못해 이에 관한 질문을 받을 경우 답변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다고 홍콩 언론들은 전했다.
중국 정부는 17전대를 통해 새 지도부가 결정된 직후인 22~25일 중국 최초 달 탐측 위성 창어(嫦娥) 1호를 발사,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킬 예정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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