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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전 러시아 안무가의 눈에 비친 '춘향'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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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전 러시아 안무가의 눈에 비친 '춘향'은 어땠을까

입력
2007.10.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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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미하일 포킨이 안무한 발레 <사랑의 시련> 이 몬테카를로 발레단에 의해 초연됐다. 모차르트 교향곡 6번을 음악으로 사용하고, 프랑스 화가 앙드레 드랭이 무대와 의상을 맡은 이 작품은 당시만 해도 신비의 대상이었던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30분짜리 발레였다. 1939년 이후 맥이 끊긴 이 작품을 국립발레단이 복원한다. 31일~11월 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 올려지는 <춘향> 이다.

그간 <사랑의 시련> 의 존재는 국내에도 알려졌지만, 무대와 의상이 모두 중국풍인 데다 한국의 이야기라는 확증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사랑의 시련> 이 한국의 고전 <춘향전> 을 소재로 했다는 문헌 자료와 리허설 동영상이 잇따라 발굴되면서 복원이 결정됐다.

16일 쇼케이스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춘향> 은 예상과는 크게 달랐다.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유쾌한 코믹극으로 바뀌었다. 욕심 많은 춘향의 아버지는 가난뱅이 이몽룡과 사랑하는 사이인 딸을 외국인 대사에게 시집 보내려고 계략을 꾸미지만, 용의 탈을 쓴 이몽룡이 대사를 물리치고 춘향과 사랑을 이룬다는 게 줄거리. 여섯 마리의 원숭이가 익살을 떠는 첫 장면부터 과장되고 코믹한 무용수들의 동작까지, 줄곧 웃음을 자아낸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인 무용수들 역시 너무나 다른 <춘향> 에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몽룡 역을 맡은 발레리노 김현웅은 “첫 리허설에 들어갔을 때 확 깼다. 정말 이몽룡이 맞나 의심할 만큼 당황했다”고 했다. “잘 모르는 동양의 이야기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표현하려다 보니 내용이 많이 변질된 것 같아요. 하지만 한국의 러브 스토리가 발레로 만들어져서 세계에 소개됐다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춘향 역의 김주원은 “당시 유럽인들이 가장 잘 아는 아시아의 색깔이 중국이었으니까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해 중국의 문화를 선택한 것 같다”면서도 “신분과 빈부를 초월한 사랑 이야기가 포킨의 마음에 와 닿았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무 복원은 미하일 포킨 재단이 파견한 트레이너 아이리 하이니넨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안무는 71년 전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지만 무대와 의상은 우리 것으로 새롭게 꾸민다.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은 한글이 들어간 의상을 춘향에게 입히고, 무대 디자이너 임일진은 오방색을 활용한 현대적인 무대를 만든다.

국립발레단 박인자 단장은 “‘이것이 과연 춘향일까’라는 의구심을 가지는 관객도 있겠지만 장면과 동작들을 보면 나름대로 연결이 된다”면서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잠자는 숲속의 미녀> 를 새롭게 해석해 <라 벨르> 를 만들었듯 재미있고 동화 같은 춘향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춘향> 외에 포킨의 또 다른 작품 <레 실피드> 와 보리스 에이프만의 <뮤자게트> 도 함께 공연된다. (02) 587-6181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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