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강준만 칼럼] 가난한 자는 왜 이명박을 지지하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준만 칼럼] 가난한 자는 왜 이명박을 지지하나

입력
2007.10.16 00:02
0 0

박노자 오슬로 국립대 교수가 최근 <한겨레 21> 에 '가난한 자는 왜 이명박을 지지하나'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흥미롭고 유익하게 읽었다. 감사의 뜻으로 박 교수의 논지를 좀 보완해볼까 한다.

박 교수에게 배우는 노르웨이 학생들은 '극우적 색채가 강한 보수의 대표자 이명박'이 높은 지지를 받는 걸 도저히 납득하지 못하며, 그래서 산업화된 나라들 중에서 미국 다음으로 한국과 일본이 가장 보수적인 곳이 아닌가 하고 묻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박 교수는 이 질문에 공감하면서, 그렇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4%로 매우 높다는 점을 들었다. 자영업자는 경기변동에 따라 늘 도산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에 호경기를 선호함으로써 정치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갖기 쉽다는 것이다.

● 유권자에 자기 정치성향 있는가

박 교수는 자영업자 비율이 7%대인 미국은 '특별한 경우'로 보면서 일본도 자영업자 비율이 16%로 비교적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일본의 16%는 영국의 12%나 독일의 11%에 비해 높기는 하지만 큰 차이는 아니므로 한국의 높은 비율만 문제 삼는 게 좋을 것 같다.

자영업자들의 경기에 대한 민감성과 정치적 성향의 상관관계는 타당한 일면이 있지만, 이는 지난 대선 결과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 이전에 더욱 중요한 건 한국 유권자들이 과연 자기 이익 중심으로 정치적 성향을 갖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 유권자들은 서구에서 통용되는 '진보-보수'의 그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존재다. 한국적 특수성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 직후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치솟은 게 잘 말해주듯이, 남북분단은 꼭 보수의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논외로 하자. 세 가지를 지적할 수 있겠다.

첫째, 높은 대외의존도다. 지난해 국민총소득(GNI)에 대한 수출ㆍ수입액의 비율이 88.6%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름 한 방울도 안 나는 나라" 운운하는 표현이 잘 말해주듯이, 한국인들은 높은 대외의존도에 대해 만성적인 불안감을 갖고 있다. 그 불안감을 보수적이라고 표현하기엔 처지가 너무 절박하고 상흔이 너무 깊다.

둘째, 반작용 쏠림현상이다. 한국인들은 정치 불신ㆍ냉소가 강해 '포지티브 투표'보다는 '네거티브 투표' 성향이 강하다. 지지보다는 반감 표현에 능하다는 뜻이다.

이명박 지지율은 꼭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뜻이 아니다. 노 정권과 더불어 '3년짜리'를 '100년짜리'라고 사기친 세력을 처벌하는 성격이 강하다. 여기에 '서울공화국 체제'로 대변되는 1극 집중 구조가 자주 유발하는 쏠림이 일어난 것이다.

셋째, 높은 감성 의존도다. 감성이 이익 계산보다 앞선다. 위선을 필요 이상으로 혐오한다. 보수파가 하면 괜찮을 일도 개혁파나 진보파가 하면 펄펄 뛴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한국 진보세력의 주요 구성원인 대기업 노조를 어떻게 생각할까?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의 다음과 같은 고언에 공감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많다면, 과연 누구의 보수성을 탓해야 할까?

● 대외의존도와 쏠림 현상 때문

"민노당이나 민노총을 보자. 대한민국 1,500만 노동자의 10%도 안 되는 귀족형이다. 그 10%도 다 재벌기업, 보수기업, 공기업, 언론, 교사, 병원 등 기득권을 누리는 세력의 종사자들이다.

1,000만 자영업자를 대변하는 단체가 없다. 1,000만 명에 육박한 비정규직을 위한 조직도 사실상 없다. 민노당, 민노총이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주장하지만, 자기 것을 내놓으려고는 안 한다.

내 건 빼앗지 말고 소수에게, 권력자에게, 자본가에게 저들(비정규직)을 위해 더 내놓으라는 식이다. 유럽을 봐라. 자기 근무 시간 줄이고 하면서 같이 하지 않는가."

<저작권자>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