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돈을 한번 써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친아버지를 정신병원에 감금하고 아버지 신용카드로 흥청망청 1,000여만원을 썼다가 구속된 딸 A(23)씨는 이달 초 검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하며 울먹였다.
2002년부터 캐나다에서 혼자 유학생활을 하다 지난해 귀국한 A씨는 8월 중앙응급환자이송단에 전화를 걸어 “알코올중독자 아버지를 입원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아버지 B(61)씨가 7월 중순부터 밤에 술을 마시고 20차례도 넘게 전화를 걸어 온갖 욕설과 협박을 했기 때문이었다. B씨는 경기 부천시의 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됐다.
A씨는 아버지를 입원시킨 그날, 아버지 혼자 살던 집에서 신용카드를 갖고 나왔다.백화점에서 명품 가방과 구두 200만원어치를 샀고, 댄스학원에 등록했으며, 피부과에서 400만원을 결제하는 등 한 달간 990여만원을 썼다. 심지어 아버지 전셋집 주인에게 “전세계약을 해지하겠다”며 계약금 220여만원을 받아 썼다.
A씨의 잘못된 복수 행각은 다른 형제들의 실종신고로 경찰이 B씨 행방을 수사하면서 들통이 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조상수)는 15일 A씨를 존속감금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42일간 병원에 감금돼 있다 퇴원한 B씨가 딸의 처벌을 강하게 원한 결과였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결과 B씨의 두번째 결혼에서 태어난 A씨는 어머니가 자살한 뒤 혼자 캐나다에서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렵게 살았다”며 “A씨가 돈을 챙겨 출국하지 않고 대신 B씨 면회를 가고 정신병원비도 낸 것으로 보아 부녀의 애증관계가 이런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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