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전 총리의 향후 행보는 범 여권 내 친노(親盧) 진영의 움직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사다.
이 전 총리는 15일 후보자 지명대회에서 "선거인단의 위대한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는 또 "냉전부패세력인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내줄 수 없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경선 승복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어렵사리 친노 진영 대부분을 신당에 합류시킨 당사자인데다 경선에서 3위에 그친 만큼 그간의 불법ㆍ부정선거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선 결과를 부정할 만한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고려한 판단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전 총리가 정동영 후보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이 전 총리를 도왔던 의원들도 이 대목에선 전망이 갈린다. 김형주 의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이 전 총리는 정 후보가 선대위원장을 제안해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충청권 의원은 "신당의 후보가 결정된 만큼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내엔 이 전 총리가 정 후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상당하다.
그렇다면 이 전 총리의 궁극적인 착점은 어디일까. 당 안팎에선 대선 이후를 내다보고 당내 민주세력을 규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는 내년 1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의 당권을 겨냥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이 전 총리와 30여년간 그와 동고동락해온 한 중진의원은 "이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친노진영이 아닌 민주개혁세력 전체의 생존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경선 패배가 확실해진 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만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일각에는 이 전 총리가 독자세력화를 주장하는 친노 강경파와 갈라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전 총리가 이른바 영남신당 창당설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점이 근거다.
한 측근의원은 "또다시 분열할 경우 민주개혁세력은 뿌리조차 없어질 것이라는 게 이 전 총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이 전 총리가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과 제휴할 것이라는 설도 있지만 이 전 총리와 측근 의원들은 현재로선 지극히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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