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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대학 평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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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대학 평준화

입력
2007.10.1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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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가끔 해본다. 그러니까 신림동이나 봉천동에 사는 학생들은 서울대학교에 입학하고, 연희동이나 창천동에 사는 학생들은 연세대학교에 들어가고, 청량리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고려대학교에 입학하는 생각. 간단한 연합고사를 본 다음, 추첨에 의해 대학에 진학하는 생각.

그 정도면 어른들이 노발대발 화를 낼 것이 뻔하니까, 더불어 이런 생각도 추가해본다. 그렇게 들어간 대학에서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자격시험을 치러 진급을 까다롭게 하는 보완장치를 만든다.

졸업은 더욱더 어렵게 만든다. 뛰어난 학문적 성과를 거두는 학생들은 따로 대학원에 진학시킨다. 그렇게 되면 대학생들을 위한 사교육이 횡행할 게 뻔하지만, 그래도 성인이 된 친구들인지라, 제 살 길은 제 스스로 찾아나갈 것이다.

적어도 지금보단 사교육의 광풍이 덜할 것이다. 교육 문제는 그 본질을 뜯어고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수십 년 넘게 지속 반복될 것이다. 본질은 놔둔 채, 학교를 더 짓고, 장학금을 쏟아붓고, 교사를 확충해봤자,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말 아이들이 불쌍한가? 그럼, 아이들의 연령을 조금 더 올려보자. 중고등학생들 말고, 대학생들에게 지금의 논리를 적용해보자. 그게 그나마 나이를 조금 더 먹은 사람들의 예의이다. 그래도 변하는 건 별로 없겠지만, 그래도. 답답하니까.

<저작권자>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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