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물질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무지막지한 폭발로 모든 것이 생겨났고 우주는 계속 팽창한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다.
하지만 우리가 보아 온 우주는 고작 4%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23%)과 정체를 모르는 암흑에너지(73%)는 연구자들의 최대 관심사다.
최근 고등과학원 이재원 박사팀이 암흑에너지의 본질은 ‘우주에서 정보 삭제의 산물’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 밀쳐내는 중력_암흑에너지
암흑에너지에 주목하게 된 것은 1998년 미 항공우주국(NASA) 애덤 리스 박사팀이 초신성 관측으로 우주가 점점 더 빨리 팽창한다는 사실을 규명하면서부터다.
1929년 허블이 별들이 멀어진다(즉 우주가 팽창한다)는 충격적 사실을 밝힌 지 70년이 지나 가까운 별(가까운 과거)과 먼 별(더 오랜 과거)이 멀어지는 속도를 정밀하게 비교함으로써 알게 됐다.
최초에 어떤 힘으로 우주가 폭발, 팽창하기 시작했는지도 궁금하지만 팽창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것은 더욱 골치 아프다.
왜냐하면 우주에는 별과 가스 등 물질이 있고 중력은 언제나 끌어당기기만 하기 때문에 폭발 팽창하는 힘은 결국 자체 중력에 의해 줄고 우주는 쪼그라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지의 밀쳐내는 힘, 반대의 중력이 암흑에너지다.
■ 정보 지우려면 음의 압력 필요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이재원 박사는 연세대 김형찬 연구교수, 대진대 이정재 교수와 함께 암흑에너지의 본질이 ‘정보가 지워지면서 생성되는 에너지’라는 제안을 <우주론과 천체입자물리 저널(jcap)> 에 발표했다. 우주론과>
정보를 삭제할 때는 늘 열이 발생한다. 즉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정보에서는 란다우어법칙이라 부르고, 일반적으로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라 한다.
컴퓨터에서 문서를 지우고, 냉장고를 차게 하면 무질서가 질서로 나아가는 것인데 총 엔트로피(무질서의 양)는 늘 증가한다는 법칙에 따라 열이 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우주도 팽창할 때 정보가 삭제된다. 우주가 팽창하면 우주의 지평선(관측 가능한 한계)도 확대되는데 지평선 밖에 있던 입자가 지평선 안쪽으로 포함되면 몰랐던 입자의 상태 정보를 알게 된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입자 정보를 안다는 것은 0과 1 중 뭔지 몰랐던 디지털 정보를 모두 0으로 만들어 포맷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보 생성이 아니라 삭제다.
“우주에서 정보를 삭제하는 데 쓰이는 에너지가 어디서 왔을까요? 결국 압력이 에너지로 변환됐다는 게 우리 연구팀의 결론입니다. 에너지를 소모할수록 압력은 음(-)의 방향(일반적인 압력과 달리 쪼그라드는 압력)으로 커지고, 이것이 바로 밀쳐내는 암흑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겁니다.”이재원 박사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JCAP에 제출한 논문을 보다 일반화한 연구결과 초고를 발표하고 다른 학술지에 투고했다.
■ 플랑크 위성으로 확인 가능
과거 암흑에너지는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 제5원소이론 등으로 나타났었다. 하지만 관측 결과와 들어맞지 않거나 꿰맞추기식 이론이어서 마땅한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 박사팀의 이론은 내년 7월 유럽우주국(ESA)이 발사할 플랑크 위성의 임무로 확인이 가능하다.
플랑크 위성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NASA의 우주배경복사탐사선(COBE)보다 50배나 정밀한 분해능으로 우주배경 복사를 정밀 측정할 수 있다. 그러면 우주가 어떤 식으로 팽창해 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 박사는 “정보삭제 이론이 틀렸다면 5년 내에, 맞다면 10년 내에 검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지않아 또 다시 우주에 대해 놀라게 된다면 그것은 우주의 본질이 정보에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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