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스노 / 두레"알프스 원정 따위는 휴일의 소풍이었다"
1934년 10월 16일 새벽, 중국 남부 장시성(江西省)에 주둔하던 중국공산당 홍군(紅軍) 8만여명이 장졔스의 국민당군 90만여명의 봉쇄를 피해 탈출하기 시작했다. 1년 뒤, 정확하게 368일 후인 1935년 10월 20일 이들 중 7,000여명만이 살아남아 서부내륙 산시성(山西省)에 도착해 근거지를 마련했다. 명백한 패주(敗走)였지만 역사에서는 승리의 신화가 된, 대장정(大長征)이다.
“공산주의자들 자신은 일반적으로 이것을 ‘2만 5,000리 장정’이라고 말했다. 홍군은 18개의 산맥을 넘었으며 24개의 강을 건넜다. 6,000여마일을 진군한 이 대장정의 경험은 홍군에게 ‘결국 이길 것이다’는 승리에의 신념을 심어주었다.” 에드거 스노(1905~1972)는 <중국의 붉은 별> (1937)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한니발의 알프스 원정 따위는 그것에 비하면 휴일의 소풍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의>
<중국의 붉은 별> 은 장정의 과정을 비롯해 그 지도자들인 마오쩌둥(1893~1976)과 저우언라이(周恩來) 주더(朱德) 등의 삶의 내력까지, 당시 홍비(紅匪)로 불렸던 중국공산당의 내부를 최초로 외부세계에 알린 책이다. 중국의>
1936년 6월 31세의 기자 스노는 쑨원(孫文)의 부인 쑹칭링(宋慶齡)이 써준 소개장 한 장을 지니고, 마오 등이 머물고 있던 홍구(紅區)로 들어가 4개월 동안 생활하며 그들을 취재해 기록했다. <중국의 붉은 별> 은 저널리즘의 한계를 넘은 작품이다. 열정적이면서도 기자적인 냉정함을 잃지 않은 스노의 기록은 다시 읽어봐도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는 역사의 현장이다. 중국의>
이 책이 한국에서 번역된 것은 1985년. 제목부터가 ‘벌갰던’ 책은 바로 판금됐었다. 한국의 그 시절을 회상하거나, 중국의 오늘과 내일을 보거나, 꼭 생각나는 책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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