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초 남북 정상회담 수행원 자격으로 북한을 다녀온 기업 총수들에 대한 방북 후일담이 재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회담장에서 손수 꺼내 찍었던 일제 최신형 카메라가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 회장이 방북기간 중 소지한 카메라는 캐논의 710만 화소급 디지털 카메라인'익서스(IXUS) 75'이다. 익서스 75는 올해 3월 출시된 신제품으로, 인물사진을 선명하게 찍을 수 있는 기능이 장착돼 있다.
최 회장은 디지털 제품에 관심이 높고 실제 PMP(개인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MP3 등을 잘 다루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SK그룹에 따르면 평소 가족들의 모습이나 사적인 모임에서도 디카로 사진을 자주 찍을 만큼 최 회장은 디지털 기기가 생활화돼 있다.
방북기간 중에도 최 회장이 디카의 셔터를 열심히 누르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연설중인 노무현 대통령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재계의 선배 기업인들의 기념사진을 직접 찍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했다.
최 회장은 그룹 내에서는 소문난 '얼리 어답터'(신기술, 신제품이 나오면 남보다 한 발 먼저 사용하는 사람)다. 평소에도 휴대폰과 디카 외에 PMP, MP3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직접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최 회장이 디지털 기기를 생활화하게 된 것은 20년 전이다.
미 시카고대 경제학과를 졸업(1989년)하고 최 회장이 처음 입사한 직장이 실리콘밸리의 한 정보통신 기기 업체였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2년 여 간 마케팅과 영업을 담당하면서 남들보다 먼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졌다.
6월 말 사내 방송으로 진행된 '회장과의 대화' 시간에서도 취미생활을 질문 받고 최 회장은 "시간이 없어서 극장에 가기는 힘들지만 PMP로 영화를 다운 받아 차로 이동하는 중에 보곤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2005년에는 지인들의 전화번호가 기록돼 있는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경험을 잊지 않고 '휴대전화를 잃어버려도 전화번호를 되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라'고 주문, 현재 SK텔레콤이 제공하고 있는 '주소록 자동 저장 서비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성격은 요리를 취미로 삼고 있는 데서도 드러난다. 최 회장은 해외출장이 잦은 편이지만 국내에 머물 때는 틈틈이 가족들에게 직접 요리를 선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자녀들이 직접 만들어준 생일 음식을 '최고의 생일선물'로 자랑할 정도다.
장학만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