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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무대다] <39> 유비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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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무대다] <39> 유비컴

입력
2007.10.1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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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1위 업체가 국내에 있다?’ 정답은 ‘예스’다.

저주파수(450㎒) 대역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휴대폰을 개발해 생산하고 있는 업체 유비컴. 이 회사가 주인공이다.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비컴은 450㎒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세계 CDMA 휴대폰 시장에서 3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자다. 베트남과 러시아 시장에서는 50%가 넘는 점유율을 보이며 ‘한류’(韓流) 열풍을 이끌고 있다.

■ 틈새시장을 잡아라

유비컴의 탄생은 ‘틈새시장’ 공략에서 시작됐다. “유비컴 설립(2002년) 당시는 휴대폰 사업의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였어요. 특히 저주파수 대역 CDMA 휴대폰 시장은 규모가 크지 않아 대기업들이 진출을 꺼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생존 가능하다는 판단이 선 것도 이 때문입니다.” 김은종(47) 유비컴 사장은 회사 설립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 사장의 이 판단은 옛 현대전자 단말기 사업부를 거쳐 큐리텔에 이르기까지 휴대폰 분야에서 10여년 동안 한 우물만 파왔던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하지만 18명의 엔지니어들을 중심으로 시작한 유비컴의 초창기 시절은 여느 벤처 회사와 마찬가지로 상황이 열악했다. “매출이 거의 없는 상태로 1년을 보냈어요. 거래선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으니까요.

기술 연구를 위해 밤샘하는 직원들에게 뒤통수를 보여주기 싫어서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갖다 놓고 밤도 많이 세웠습니다.” 김 사장은 힘들었던 지난 날들을 웃음 섞인 목소리로 전했다.

여기저기 아는 친인척들에게 손도 벌리고 은행 대출도 받았지만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들 급여 주는 것도 빠듯했다.

“(상황이 어려웠지만) 초창기 함께 했던 동지들은 한 명도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묵묵히 회사를 믿고 따라왔어요. 어려움이 더해 갈수록 ‘자체 독자 브랜드를 만들어내자’는 결의는 더 굳어만 갔죠.

내부 직원들의 결속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요.” 이런 김 사장의 말처럼 회사 간판을 내건 이후 6년이 지난 현재까지 직원 이직율은 두 자리 수에도 안된다.

■ 기술력으로 자가브랜드 출시

기술 개발과 해외 영업망 확보를 위해 씨름하기를 2년, 마침내 유비컴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CDMA 원천기술 보유 업체인 퀄컴의 자회사인 루마니아의 ‘인컴’사가 새 단말기 파트너를 찾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인컴은 CDMA 450㎒ 방식에서 세계 최초로 서비스를 시작한 통신 사업자다.

“인컴이 요구한 (휴대폰) 모델은 차세대 제품에 속했어요. 신모델이었던 만큼 주요 부품들도 일반 시중에서 구하기 힘들었습니다. 유비컴은 이 부품들을 자체 기술로 개발해 냈어요. 퀄컴의 엔지니어들 조차 탄성을 자아냈죠.” 김 사장의 얼굴에선 당시 느꼈던 흥분이 다시 솟는 듯했다.

이 사건은 유비컴에게 독자 브랜드로 세계 휴대폰 시장에 명함을 내밀 수 있도록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러시아의 저주파수 CDMA 사업자가 유비컴에게 즉각 연락을 취해 왔다.

“유비컴이라는 브랜드로 자기들에게 직접 신제품을 공급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대금 지급 조건 역시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어요.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아직 빠르니 2~3년 후에 독자 브랜드 출시를 검토하자고 했지만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해 온 만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유비컴’ 자체 브랜드를 달고 첫 해외 수출(2004년 7월) 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신제품 출시도 계속됐다. 유비컴은 2004년 폴더형 제품과 카메라폰을 연달아 시장에 내놓으며 저주파수 CDMA 휴대폰 시장에서 프리미엄 입지를 굳혀갔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CDMA 450㎒와 유럽식(GSM) 이동통신 방식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듀얼 단말기도 선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 코스닥상장 두차례 '쓴맛'

차별화한 기술력은 이내 매출로 화답이 왔다. 2004년 143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은 2005년엔 297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세를 보이더니 2006년에는 409억원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영업이익률 역시 10%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유비컴은 2006년 퀄컴 및 베트남 전력공사(EVN)와 손잡고 동남아에서는 처음 베트남에 CDMA 서비스를 활용한 원격 전력 검침용 단말기 제조사도 설립했다.

유비컴의 이런 거침없는 성장세에도 시련은 다가왔다. 2006년 말부터 두 차례나 야심차게 준비했던 코스닥 상장 시도가 물거품이 된 것이다. 원인은 VK와 팬택계열의 연이은 부도 사태였다.

김 사장은 “유비컴은 기본적으로 부도를 맞은 (국내 휴대폰) 업체들과 사업 구조와 수익률, 공략 시장도 다르다”며 “그러나 이런 조건들은 구체적으로 살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토로했다. 김 사장은 결국 상장사인 ‘로이트’를 인수한 뒤 우회 상장하는 길을 택했다.

유비컴의 올해 매출 목표는 600억원.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60%나 증가한 330억원을 이미 챙겨뒀다.

“투명한 경영과 최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앞으로도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거듭 나겠습니다.” ‘작은 거인’의 도전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 CDMA 450㎒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미국 등의 이동통신이 채택하고 있는 고주파(800~1,900㎒) 보다 낮은 저주파수 대역이라 하나의 중계기로 커버할 수 있는 통신 영역이 넓다. 초기 설치비가 경제적이어서 통신 초기 국가들이 주로 도입한다.

2000년까지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군사 및 응급용 등 특수용도로만 사용하고 일반 통신용으로는 규제해 왔다.

성남=허재경기자 ricky@hk.co.kr

■ '옴니패스' 내년 印尼 서비스

유비컴은 최근 개발도상국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인 ‘옴니패스’ 사업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옴니패스는 전화망 구축 없이 기존의 전력망을 활용해 저렴한 가격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비컴의 신성장동력 사업이다.

유비컴이 옴니패스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이유는 ‘제2의 블루오션’(경쟁이 적은 유망시장)을 창출해 내기 위해서다.

동남아시아는 최근 경제 성장에 힘입어 이동통신 보급률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반면, 아직 유선 전화망을 필요로 하는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은 인구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하다. 유비컴이 이 지역을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조사한 동남아시아 지역 주요 국가별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을 살펴보면 2005년 기준 2억2,2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인도와 8,3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베트남에서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각각 3만8,000명, 5만5,000명에 불과했다.

베트남 역시 총 8,400만 명의 국민들 가운데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21만 명에 그쳤다.

8월 인도네시아 현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인 파워텔레콤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유비컴은 내년 1분기부터 현지 자바지역에 살고 있는 2,200만 명에게 옴니패스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파워텔레콤은 인도네시아 전력공사인 PT PLN과의 계약을 통해 현지 전 지역에 전력선을 활용한 인터넷 서비스 라이센스를 확보하고 있는 업체다.

이밖에 현재 베트남 필리핀을 포함한 신흥시장으로의 옴니패스 사업 확장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나영중 유비컴 전략기획실장은 “옴니패스는 2005년부터 동남아시아 등 신흥 통신시장을 상대로 준비를 해온 유비컴의 차세대 전략 사업”이라며 “통신 인프라가 낙후된 개발도상국으로의 초고속 인터넷 사업 진출은 통신장비 수출은 물론 인터넷 콘텐츠 보급 등 국내 인터넷 사업 전반에 걸쳐 많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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