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자 지명대회가 열린 15일 서울 장충체육관은 온통 정동영 후보의 상징색인 주황색 물결이었다. 행사 내내 새출발의 의지를 북돋우려는 참석자들의 뜨거운 열기가 넘쳐났다.
이날 행사장에는 정동영ㆍ손학규ㆍ이해찬 후보를 비롯, 오충일 대표와 김효석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국회의원, 지지자 4,000여명이 참석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맞설 신당 후보의 탄생을 축하했다.
불출마 선언으로 대통합의 전기를 마련했던 김근태 의원과 예비경선 출마자들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행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날의 주인공인 정 후보를 위한 자리였다.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행사장 1~3층을 가득 메운 정 후보의 지지자들은 막대풍선과 깃발을 흔들며 정 후보의 경선 승리를 자축했다.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들), 국민참여운동본부, 평화경제포럼 등 정 후보측 지지모임들은 ‘개성공단 일자리창출 대륙형 대통령 정동영’, ‘가자, 통합의 정부로!’, ‘한반도의 기적, 정동영과 함께’ 등의 구호가 적힌 깃발을 흔들면서 정 후보의 대선 승리를 염원했다. 특히 정 후보의 당선이 공식 발표된 직후엔 5분여간 떠나갈 듯한 박수와 함성이 이어졌다.
수락연설을 위해 단상에 선 정 후보가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신당은 자당의 후보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꺾을 유일한 대항마임을 부각시키는 데에도 힘을 쏟았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집권은 재앙’이란 제목의 영상을 특별 제작해 상영했고, 축사를 맡은 박형규 목사는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 장외후보인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을 향해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으려면 신당에 동참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행사는 그러나 당내에서조차 신당의 대선 후보를 공식 선출하는 축제의 의미가 일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 지도부는 경선 결과를 발표 직전까지 철저히 보안을 유지했지만 이미 전날 밤 경선 결과가 싱겁게 공개된 탓에 실질적인 긴장감이 없었다.
행사 시작 전부터 이미 모두가 정 후보의 승리를 기정사실화했다. 당선자 발표 직전에 예정됐던 세 후보의 연설도 현장 분위기를 감안해 생략됐다.
곳곳에서 경선 후유증을 예고하는 장면들도 연출됐다. 손 전 지사나 이 전 총리의 지지자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아 마치 정 후보의 개인 행사장 같은 분위기였다.
50여명의 이 전 총리 지지자들이 몇 차례 ‘이해찬’을 연호했지만 매번 ‘정동영’이란 함성에 묻혔다. 세 후보의 영상이 상영될 때도 박수와 함성은 정 후보의 영상 때만 터져나왔다. 한 재선의원은 “경선 과정의 갈등과 앙금이 봉합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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