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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 <4>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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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 <4>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

입력
2007.10.1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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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고, 진취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 고1 때 조선공학을 전공하기로 했습니다. ‘내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전문가가 되겠다. 내 전공산업은 세계 일류로 만들겠다’는 꿈을 품었습니다.

이제 전세계 조선업계에서 ‘미스터 민’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내 논문이 무수히 인용됩니다. 우리나라 전산업 중 압도적 세계 1위는 조선산업뿐입니다. 제 꿈은 모두 이루어졌습니다.”

연구하는 삶을 살든 사업을 하든지 간에 “내 꿈은 모두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현대중공업 민계식(65) 부회장은 감히 그렇게 말한다.

‘연구하는 최고경영자(CEO)’라는 민 부회장의 별칭은 허명이 아니다. 조선공학과 항공공학을 공부한 그는 대우조선공업㈜과 현대중공업㈜에서 몸담으면서 70종의 기술보고서, 220여 편의 국내외 논문, 200건의 국내외 특허를 냈다.

1999년 그가 개발한 중형 디젤엔진은 우리나라 최초의 디젤엔진 고유 모델로 현재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올해 연말께는 세계 최초로 추력날개를 달아 연료 소모를 크게 줄인 8,000톤급 컨테이너선이 나온다.

그 동안 한 척에 1,000만 달러(약 90억원) 넘게 로열티를 냈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도 두 가지 고유모델을 개발,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건조를 시작한다. 모두 민 부회장이 개발한 기술이 핵심 기반이다.

얌전히 연구만 잘 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그는 세계 일류 기업이 되는 데 기술 개발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고, 주위에서 반대해도 밀어붙이는 기획력과 결단력을 갖고 있다.

대우에 있을 때 그는 ‘기술개발이 없으면 성장에 한계가 온다.

핵심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세 가지를 극력 건의했다. 그 때마다 바보라는 핀잔을 들었다. 그는 “대우그룹이 문 닫기 약 1년 전 회장님과 최후 담판을 한 뒤 대우를 떠났다”고 말한다. 현대에서도 격려보다 반대가 많았다.

“세계 점유율 1위인 디젤엔진 고유 모델을 처음 개발하려 했을 때 윗사람이 계획서를 집어 던지며 ‘미친 놈’이라고 하더군요. 그 때부터 한동안 내 별명이 ‘미친 놈’이었습니다. 그래서 거의 개인적으로 개발을 시작했죠. 회사 지원이 있었으면 3년이면 충분했을 텐데 7년이 걸렸어요.”

민 부회장은 올해 ‘닮고싶고 되고싶은 과학기술인’(과학문화재단 선정)으로 선정됐는데 사실 오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하는 무시무시한 체력은 아무나 닮기 어려울 것 같다.

“연구개발 결과가 제품으로 나올 때의 뿌듯함 덕분에 이 모든 것을 감내할 수 있었다”는 그는 “사회생활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이고, 일을 이뤄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이며, 인내와 열정을 뒷받침하는 체력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 약력

-서울대 조선항공학(학사), 버클리대 우주항공학·조선공학(석사), 매사추세츠공대(MIT) 해양공학(박사)

-1967~1979년 대한조선공사, 보잉, 한국선박해양연구소 등

-1979~1990년 대우조선공업㈜ 전무

-1990년~현재 현대중공업㈜ 부회장

-수상: 과학기술훈장 웅비장, 제1회 대한민국 공학상, 테크노 CEO상 등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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