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부인 셰리 여사가 내년 10월 출간 예정인 자서전에 고든 브라운 총리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셰리 여사는 리틀 브라운 출판사와 100만 파운드(약 18억원)를 받기로 하고 다우닝가의 총리 관저에서 보낸 지난 10년을 담은 자서전을 내기로 계약한 바 있다. 그는 남편인 블레어 전 총리가 6월 말 퇴임하기 전까지 있었던 일을 꼼꼼히 기록한 일기와 메모, 개인자료 등을 토대로 원고를 열심히 집필 중이다.
하지만 셰리의 초고 일부를 본 적이 있는 출판계의 유력 인사는 14일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서전에는 브라운 총리와 블레어 부부의 ‘악연’이 여러 개 실릴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 인사는 자신이 접한 내용만으로도 최근 지지율 하락에 고민하는 브라운 총리를 궁지에 몰 ‘독약’ 같은 것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셰리는 2003년 블레어 총리가 돌연 병원으로 실려가 우심실심박과속증 진단을 받고 긴급 치료를 받은 것도 브라운 총리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이 인사는 말했다.
블레어 총리의 증세는 선천적이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악화해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셰리는 초고에서 당시 재무 장관이던 브라운이 항상 총리실에서 블레어와 큰 소리로 다투었으며 심하면 찻잔을 집어 던질 정도였다고 썼다. 갈등이 지속되면서 블레어의 심장 질환이 악화해 급기야 병원으로 후송될 정도에 이르렀다는 게 셰리의 생각이다.
셰리는 자신이 2002년 유산의 아픔을 겪은 것이 실은 브라운 때문이란 사실도 폭로할 예정이다. 남편과 브라운의 관계가 갈수록 첨예화하고 물밑 권력 암투가 격렬해짐에 따라 셰리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었고 자연히 유산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블레어 부부는 자녀가 많아 관저 옆 다우닝가 11번지에 가족이 입주해 생활했다. 하지만 다우닝가 10번지에서 브라운과 블레어가 싸우는 소리가 셰리와 자녀들에까지 들리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셰리는 블레어와 브라운의 다툼은 주로 브라운이 총리직을 하루 빨리 내놓으라고 채근하면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브라운이 펼친 장기간의 ‘밀어 붙이기’ 전술이 성공해 피로에 시달리고 스트레스가 쌓인 블레어가 ‘백기 항복’을 결심하고 총리 직을 물려주었다고 셰리는 초고에 적고 있다.
브라운이 지난해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블레어와 함께 일한 것이 영광이라고 공치사하자 셰리는 지인들에게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비아냥거릴 정도로 악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운에게 메가톤급 타격을 가할 셰리의 자서전 원고는 내년 봄까진 리틀 브라운 출판사에 넘겨질 예정이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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