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떨어지는 황갈색 알갱이는 비행기에서 버리는 인분(人糞)이 아니라 꿀벌똥입니다.”
‘비행기가 탑승자들의 배설물을 하늘에서 버린다’는 오랜 오해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온 건설교통부가 15일 이를 해명하는 홍보책자를 만들었다.
‘꿀벌 때문에 오해 받는 비행기’ 제목의 61쪽짜리 책자에는 매년 제기되는 민원현황부터 꿀벌 배설물의 실험결과서, 외국사례, 배설물 분석자료는 물론 비행기가 사람의 배설물을 버릴 수 없음을 ‘입증’하기 위해 비행기 화장실 구조까지 설명하고 있다.
이른바 ‘꿀벌똥 민원’은 매년 2, 3건씩 제기된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4건이 제기됐다. 5월 충북 음성군 생극면의 한 동네 사람들은 “주변 청주공항에 드나드는 비행기가 인분을 버리고 다닌다”며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집단민원을 제기했다. 이 민원은 건교부가 홍보책자를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꿀벌똥은 주로 봄과 가을에 꿀벌들이 꿀을 따기 위해 집단으로 날아다니며 배출하는 황갈색의 좁쌀만한 배설물로 냄새가 사람의 그것과 흡사하다. 배설물의 정체가 꿀벌똥으로 밝혀진 것은 1994년이다. 당시 김포공항 주변에 있는 양천구 신월4ㆍ5동 주민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자 건교부는 비행기의 모든 구멍을 막아 보는 등 원인을 찾다 결국 미국 보잉항공사 연구소에 의뢰해 정체를 알아냈다.
서울지방항공청 관계자는 “수 만 마리의 꿀벌떼가 한꺼번에 배설하면 소나기처럼 쏟아진다”며 “집의 유리창은 물론 빨래, 장독 등에 쌓여 악취를 풍기면 공항 주변의 주민들은 아직도 비행기를 의심한다”고 곤란해 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