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투입한 1조3,000억여원의 자금출처를 둘러싼 공방이 일고 있다. 당초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던 론스타측 주장과 달리 실제 전주(錢主)가 따로 있다는 의혹이 하나 둘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측은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KEB인베스터스라는 펀드를 통해 네덜란드계 은행인 ABN암로 홍콩지점에서 3억유로(약 3,900억원)의 자금을 출자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14일 밝혔다. ABN암로측도 2005년 투자설명회(IR) 보고서를 통해 외환은행 투자사실을 밝히고 있다.
문제는 ABN암로의 투자 내용이 론스타의 공시 사실과 다르다는 점. 론스타는 2005년3월 공시에서 총 1조3,383억원의 외환은행 인수자금 중 자기자금(1,704억원)을 제외한 1조1,679억원은 연 6%의 금리로 채권을 발행해 조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BN암로는 IR 보고서에서 지난해 1분기에는 외환은행 투자가 2,400만유로의 손실을 입었지만, 올 1분기에는 5,200만유로의 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외환은행 주가에 따라 투자 수익률이 변동하고 있는 것이다.
최 의원측은 “ABN암로 측이 채권을 사들인 것이 아니라 외환은행 주가에 연동한 주식연계파생상품에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다면 ABN암로가 외환은행의 사실상의 대주주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론스타는 소수 지분만을 보유한 채 ABN암로에서 의결권을 위임받아 행사하면서 외환은행을 경영했다는 것이다.
최 의원 측은 ABN암로가 실질적인 대주주임을 숨긴 이유는 ABN암로 뒤에 ‘검은 머리 외국인’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BN암로의 외환은행 투자 수익률이 외환은행 주가 상승률에 크게 못미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은 론스타의 자금조달원이 누구인지는 현행법상 대주주 적격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기본적으로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만큼 감독당국이 자금조달 명세서까지 일일이 확인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 측은 “사채나 불법 자금으로 펀드를 만들어 은행을 인수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이냐”며 “사실상 직무유기나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