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의 15일 경선 결과에 따라 대선 경쟁구도가 뚜렷이 바뀔 전망이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경력 이념 정책이 확연히 구분되는 데다 어느쪽이 당선되느냐에 따라 당내 통합 정도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현재로선 두 사람 모두 가까운 시일 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나라당은 “누가 나오든 이길 것”이라고 자신한다. 다만 누가 나서야 이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를 좀더 좁혀 막판 뒤집기를 노릴 수 있느냐는 점에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정 전 의장은 이 후보와 이념ㆍ정책 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는 반면 손 전 지사는 중도로 겹친다”며 “신당 경선 룰의 문제점으로 당선자가 대표성을 상실한 측면이 있지만 여권 지지층의 선택은 두 사람의 이런 장ㆍ단점을 고려한 결과이기 때문에 향후 이 후보와의 대결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이 후보와 뚜렷한 대립각을 세울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 기반이 호남이고 이념적으로도 서민ㆍ중산층을 강조하는 중도 진보에 가깝다. 따라서 정 전 의장이 신당 후보가 되면 대선구도는 과거 대선에서보다 약하겠지만 ‘호남 대 영남’의 지역대결 속에 ‘중도 진보 대 보수’라는 이념ㆍ정책 대결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노당 권영길 후보까지 고려하면 본선은 불꽃 튀는 이념 대결의 장이 될 수도 있다. 정 전 의장은 특히 통일부 장관으로서 개성공단을 직접 건설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수적인 이 후보를 몰아 붙이며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의 결집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 전 의장은 한나라당이 전략적 이슈로 삼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失政)’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부담이다. ‘참여정부의 황태자’로 불린 그는 우리당 탈당 과정에서 노 대통령과 각을 세웠지만 그림자를 거둬내기 어렵다. 한나라당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노 대통령을 밟고 갈 필요가 있지만 부산 경남의 표를 위해선 노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경선 과정에서 불법 동원 공방으로 친노(親盧) 세력과 척을 진 것도 답답한 대목이다.
이 후보에겐 손 전 지사가 더 껄끄럽다는 시각이 많다. 이념과 정책 면에서 중도 보수성향으로 이 후보와 중첩되고, 출신 지역에서는 손 전 지사가 경기 시흥으로 포항의 후보에 비해 지역
색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수도권 싸움이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손 전 지사와 이 후보의 대결은 인물 대결로 펼쳐질 공산이 크고 대선후보 토론에서 우열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
된다. 그러나 꼬리표로 붙어 있는 한나라당 탈당은 손 전 지사에게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한나라당의 높은 보수의 벽을 넘지 못해 고뇌에 찬 결단을 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탈당 논리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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