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서 암 조기검진을 공짜로 해줍니다.” 선진국이나 먼 미래의 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국가 암 조기검진사업은 2002년부터 시작됐다. 안타깝게도 모르고 있거나, ‘설마 내 몸에 암이 있을까’라는 잘못된 생각 탓에 혜택을 받는 사람은 5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한국인에게 많은 5대암을 조기에 찾아낸다는 목표 아래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국가 암 조기검진사업을 실시하고 있다.<표> 다만 월 소득 기준으로 하위층 절반은 검진비가 무료이고, 나머지 절반은 검사비의 20%를 자신이 부담토록 하고 있다. 표>
생활보호대상자를 비롯해 국가유공자, 의사상자, 새터민 등 의료급여수급권자와 건강보험료 납부 기준으로 하위 50%에 해당하는 사람은 무료로 암 검진을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료 납부액으로 보면 지역가입자는 6만3,000원 이하, 직장가입자는 5만2,500원 이하(2006년 11월 기준)에 해당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검진대상자를 지난해 11월 급여납부액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당시 급여명세서를 확인해야 한다”면서 “이런 불편을 줄이고자 공단에서는 검진대상자에게 ‘올해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안내장을 발송하고, 지역 보건소에서도 전화 안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위 50%에 해당하더라도 저렴하게 5대암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위장조영술은 7,380원, 상부위장관내시경은 7,670원, 분변잠혈검사는 700원, 간기능 검사는 2,160원, 간 초음파 검사는 8,090원, 유방 단순촬영은 4,090원 등으로 검사료의 20%만 내면 되기 때문에 상담료 970원을 포함하더라도 각 검사가 1만원을 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국가에서 비용을 대신 부담한다고 해서 검사의 질이 낮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적어도 체계상으로는 그렇지 않다.
검진기관은 전국적으로 올해 1월 현재 2,115개인데 이들 의료기관은 모두 건강보험관리공단의 관리를 받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공단이 제시하는 요건을 만족시켜야 암 검진 의료기관이 될 수 있고, 매년 각 지사에서 실사를 벌이기 때문에 검진의 질이 떨어지는 의료기관은 암 조기검진사업을 수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암 검진 프로그램도 100만원을 웃도는 대학병원 암 종합검진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 해야 할 검사는 거의 빼놓지 않았다는 평가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박사는 “어떤 검사를 해서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다는 국내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외국 연구결과에 의지해 만든 것을 감안할 때 이 정도면 잘 됐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 박사는 다만 검사 주기와 방법이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좀 더 한국인의 특성에 맞는 검진으로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암 조기검진 받으려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장가입자의 경우 직장에서 고지.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 가족은 공단에서 우편으로 통보. 다음은 직장이나 공단에서 통보를 받지 못했을 경우 확인요령.
1. 자신이 올해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www.nhic.or.kr)에서 확인합니다. (홈페이지 민원마당에서 건강검진을 클릭한 후‘건강검진대상자조회’와‘검진기관 안내’ 에서 확인)
2. 집이나 직장에서 가까운 암 검진기관을 찾아본 후 병원을 선택합니다.
3. 선택한 의료기관에 전화해서 암 조기검진 대상자임을 밝힌 후 예약합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 대도시일수록 수검률 낮고
국가에서 시행하는 암 조기검진사업은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올 한해 1,23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그러나 홍보와 의식부족으로 의료급여수급자와 건강보험료 납부액 기준 하위 50% 계층에 대해 실시하는 무료검진조차 수검률이 아직 20% 선에서 머무는 실정이다.
본보는 의료기관 접근성과 수검률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최근 국가암관리사업단으로부터 입수한 ‘2006년 국가 암조기검진 수검률’ 자료를 통해 의료기관이 많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수검률을 비교했지만 일관된 상관관계는 보이지 않았다.<표>표>
그러나 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5대암 검진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전혀 없어 한두 달에 한 번씩 이뤄지는 출장검진을 실시하는 지역은 수검률이 높았다. 강원 고성군ㆍ양양군ㆍ인제군, 경남 의령군, 경북 구미 선산, 남제주군ㆍ북제주군 등의 경우 암 검진율이 21~26%의 분포를 보였다.
반면 의료기관이 없는데다 출장검진이 어려운 인천 옹진군(16.4%)과 울릉도(14.0%)는 수검률이 극히 저조해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울릉군 보건의료원 최종순 계장은 “울릉도에는 자궁경부암을 제외한 4대암 검진기관이 없는데도 지난해 출장검진이 한 차례 밖에 없었기 때문에 수검률이 낮았다”고 분석했다.
도시의 상황을 보면 농어촌보다도 낮은 곳이 많았다. 인천 중구가 14.1%로 울릉군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서울 서초구ㆍ용산구ㆍ성북구ㆍ서대문구 등도 14.3~15.0%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가까운 검진기관이 여러 곳 있어도 국가 암 조기검진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진희 보건복지부 암 정책팀장은 “대도시일수록 암 조기검진의 질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내년 하반기부터 검진기관 평가사업 등 좀 더 강력한 관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이와함께 “내년부터 본격 가동되는 지역암센터를 통해 암 조기검진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지역 특성에 맞는 현실적인 지원책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 직장인들이 검사 더 안받아
직장인들이 잦은 술자리, 업무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으로 암 발병원인을 고루 갖췄지만 암 조기검진은 소홀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5년도 암 조기검진 수검현황을 보면 일반 직장가입자는 20.6%이었고, 공무원과 교직원은 그보다 낮아 13.6%에 불과했다. 반면 2005년도 일반 건강검진 수검률은 직장가입자가 79.4%, 공무원과 교직원은 82.9%로 암 조기검진보다 월등히 높았다.
직장가입자들의 암 검진 수검률이 저조한 것은 직장에서 제대로 검진을 권유하지 않기 때문. 이는 건보공단에서 암 검진을 통보하는 가족들의 경우 훨씬 수검률이 높다는 데서도 드러난다. 2005년의 경우 일반 직장가입자 본인은 수검률이 피부양자(32.6%)보다 12%, 공무원과 교직원은 피부양자(27.3%)보다 14%나 저조했다. 한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는 “건강검진을 받지 않으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와 대상자가 과태료를 내는 반면 암 검진은 권고사항일 뿐이어서 본인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건강검진기관과 암 조기검진기관이 다른 것도 암 조기검진 수검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운 좋게도 건강검진을 나온 기관이 암 조기검진을 하고 있다면 한 자리에서 모든 검사를 마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암 조기검진을 위해 별도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공인식 보건복지부 암 정책팀 사무관은 “조기검진기관 지정기준을 완화해 많은 의료기관이 암 조기검진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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