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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17차 중국 공산당 전당대회 관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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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17차 중국 공산당 전당대회 관전법

입력
2007.10.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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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중국 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17전대ㆍ전당대회)를 앞두고 17전대 프레스센터는 13일 외신 기자들을 위해 만찬을 마련했다. 무슨 정보라도 들을 수 있을까 기대하며 참석한 외신 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당 대회는 없다"며 푸념만 늘어놓았다.

전당대회 직전까지 차기 지도자와 새 지도부의 윤곽이 오리무중인 상황은 사회주의 중국 건국 이래 초유의 일이다. 소식통들도 "새 지도부 발표 전날 저녁까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 권력 교체의 새 장이 시작

마오쩌둥(毛澤東) 시대 전당대회는 마오의 결정이 있어 명쾌했고, 개혁 개방 이후에는 덩샤오핑(鄧小平)의 낙점으로 간편했다. 현 국가주석 후진타오(胡錦濤)는 덩샤오핑이 생전에 그를 '4세대 지도자'로 지명함으로써 덩샤오핑 사후 2002년 장쩌민(江澤民)으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았다.

절대권력자의 낙점이 없는 정치 환경에서 이뤄지는 17전대는 중국 권력 교체의 새장을 여는 과정이다. 절대 권력자의 공백은 권력 투쟁으로 대체되고 있다. 당내에는 후 주석의 공청단파,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의 태자당(공산당 고위간부 자제 그룹), 장쩌민 전주석의 상하이방(上海幇)이 각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분명 절대 권력자들의 시대에 비해 진일보한 것임이 분명하다. 일례로 후 주석이 2012년부터 중국을 이끌 지도자로 리커창(李克强) 랴오닝(遼寧)성 당서기를 밀자 타 파벌들이 '리 서기가 무슨 실적을 냈느냐'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권력투쟁의 양상이 제로섬 게임이 아닌 타협을 통한 권력분점을 지향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전임자의 낙점과 파벌의 파워가 아닌 실적과 능력으로 권력을 쥐어야 한다는 원칙이 관철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건강한 신호이다.

7,300만 명의 당원이라는 인적 자원을 갖고 있는 공산당의 우수한 엘리트 충원 구조를 감안한다면 능력 중시 풍토는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최근 만난 한 청년 당원은 "대학 2학년 때 교수님으로부터 입당 제의를 받았는데, 교수님들은 1년간 학생들을 지켜본 뒤 학업과 성향 등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을 고른다"고 전했다. 공산당의 부패가 심각하지만 최고의 엘리트를 당원으로 충원하는 구조는 여전히 건재한 것이다.

● 권력투쟁과 함께 시대정신 모색

아울러 중국 권력 투쟁이 중국 사회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라는 고민과 맞물리는 대목도 주목된다. 후 주석은 20여년간의 성장 우선 정책으로 발생한 빈부, 도농, 지역간 격차 등을 치유할 화두로 조화사회 건설을 제시하면서 권력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는 집권하면 10년간 권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집권 플랜이 필수적이라는 현실적 이유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지도자들이 권력투쟁 과정에서 시대정신을 창조하고 시대정신에 관한 담론을 이끌어낸다는 점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민주적 선거인 한국 대선에서 산업화 시대와 87년 민주화 시대를 뛰어넘는 새 시대정신이 모색되지 못하는 것은 역설적이다.

중국 정치는 공산당 일당 체제하에서 권력자들의 담합과 투쟁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에서 분명 일류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측면만을 본다면 중국의 흐름은 물론 중국 정치의 장점과 저력도 파악할 수 없다.

이영섭 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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