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계 ‘만년 꼴찌’였던 LG텔레콤의 반격이 시작됐다. 지난달 경쟁사들에 맞서 영상통화가 가능한 리비전A 서비스를 전격 선보인 LG텔레콤은 3분기 가입자 증가 수에서 29만명으로 KTF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서는 파란을 일으켰다. 현재 LG텔레콤의 전체 가입자수는 760만명이다. 또 가입자끼리 통화할 경우 할인해 주는 망내 할인도 경쟁사보다 파격적인 무료 카드를 내놓은 등 공세적인 마케팅으로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다.
이 같은 성과의 중심에는 ‘열린 경영’을 펼쳐온 정일재(49) LG텔레콤 사장이 있다. 정 사장은 사내에서 ‘열린 CEO(최고경영자)’로 통한다. 고객의 소리를 최우선으로 하고 늘 직원들과 호흡하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정 사장의 고객 사랑은 독특하다. 매달 열리는 임원 전체회의 석상에서 고객센터에 걸려온 고객의 민원 내용을 녹음해 들려준다. 그는 “고객의 항의 소리를 직접 듣는 것만큼 좋은 약이 없다”며 “임원들이 고객 불편사항을 바로 서비스에 반영해 고객만족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성과가 좋았기 때문에 조만간 팀장급 이상에게 이 방법을 확대할 생각이다.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에 대한 배려도 대단하다. 정 사장은 현장에서 직원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해 자주 현장을 방문한다. 물론 방문 시에는 반드시 하루 전에 통보해준다. 직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는 “하루 전에 알려주면 하루만 보고 준비를 하면 된다”며 “직원들 얼굴보고 이야기 듣는 게 목적이어서 보고서도 만들지 못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대신 정 사장은 직원들에게 “일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메일을 보내라”고 주문한다. 그렇게 직원들로부터 수시로 받은 이메일은 곧바로 사업에 적용되곤 한다. 그는 이 달 중순부터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듣기 위한 하반기 현장 방문에 들어간다.
덕분에 LG텔레콤은 올해 새로운 서비스를 많이 선보였다. 최대 17마일의 항공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비롯해 지난달에는 영상통화가 가능한 리비전A 서비스를 시작했다. 14일에는 망내 통화 무료라는 파격적인 요금제도 내놓았다.
정 사장은 “통화량이 늘어나는 만큼 기지국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등 부담스럽지만 고객 편의를 위해 실시한다”고 말했다.
내년 3월에는 리비전A 전국망을 완료하고 새 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다. 그는 “일본 유럽 홍콩 등을 대상으로 조사해봤더니 영상통화를 많이 안 쓰는 편”이라며 “대신 무선인터넷이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동영상, MP3 등을 휴대폰 하나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년 3월에 내놓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를 위해 일본 카시오 등 국내외 휴대폰 제조업체들로부터 리비전A 전용 휴대폰을 도입하기로 했다.
정 사장은 서비스뿐만 아니라 영업 방식에도 변화를 줄 생각이다. 그는 최근 ‘교차 판매’라는 새로운 영업 방식을 전국 50개 직영 매장에 적용해 시험중이다. 교차 판매란 휴대폰 판매점에서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등 다양한 통신서비스를 함께 판매하는 방법이다. 그는 “교차 판매가 할인 효과가 적은 결합상품보다 낫다”며 “유통단계가 줄고, LG파워콤에서 교차 판매 시 보조금을 제공하므로 가입자들에게는 확실한 할인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교차판매 매장과 인터넷전화 등 판매 상품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직원들에게 늘 ‘자신감을 갖고 미래가 밝다’는 확신을 가지라고 주문하는 정 사장은 누구보다 LG텔레콤의 도약을 믿는다. 그는 “지난해 8월 취임 후 1년 새 100만 명의 신규 가입자가 늘었다”며 “연말까지 770만 가입자 확보가 무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 정일재 사장은
광주일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LG경제연구원에 입사해 LG그룹과 인연을 맺어 연구원 경영컨설팅센터장, ㈜LG 부사장을 지냈다. ㈜LG에서 통신서비스부문 경영관리업무를 맡은 것이 계기가 돼 지난해 LG텔레콤 사장에 취임했다. 주량은 소주 반 병이며 바둑과 골프를 즐긴다. 부인조경애씨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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