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측근 김백준씨가 주가조작 사건을 일으키고 미국으로 도피한 김경준씨의 국내 송환을 연기해 줄 것을 미국 법원에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BBK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범 여권에선 일제히 이 후보측이 대선 전 김씨의 귀국을 막으려고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날을 세웠고, 이 후보측은 “민사소송 절차 상 문제로, 여권은 더 이상 정치공세를 펴지 말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11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씨가 하루빨리 한국에 들어와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측이 김씨의 한국 송환을 연기해줄 것을 최근 미 법원에 요청한 사실이 공개돼 공방에 불을 붙였다.
당장 범 여권은 “겉 다르고 속 다른 표리부동의 전형” “이중 플레이” 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대통합민주신당 이낙연 대변인은 14일 논평에서 “이 후보의 미국 내 소송 대리인들이 김경준씨의 귀국을 저지하고 있는 것이 이 후보의 의사에 배치된다고 말할 수 있느냐”며 “이 후보가 BBK 사건에 뭔가 단단히 엮여있는 게 틀림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후보 말과 달리 소송 대리인들은 김씨 귀국을 저지하고 있다. 이 후보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무엇이 걸리기에 거짓말을 했는가. 해명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최재성 원내공보 부대표도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으로 385억원을 빼먹지 않았다면 왜 동업자 김경준의 귀국을 그렇게 목숨 걸고 막는 것이냐”고 공격했다.
한나라당은 당혹해 하는 기색이다. 이 후보도 상당히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대변인들이 총 출동해 사실 관계 해명에 나섰다. 요지는 미국의 변호사들이 법적 절차를 진행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 뿐 김씨의 귀국을 막을 의도는 없다는 것이다.
박형준 대변인은 “강제송환 재판과 별개로 손해배상 재판이 진행 중인데 이 둘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손해배상 재판을 맡은 미국 변호사가 자신의 의무대로 최선을 다하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은 것이고, 이 후보는 물론 김백준 전 감사도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공작 의혹을 제기하며 역공도 취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김씨가 3년이 넘게 한국 행 송환을 거부하면서 송환 판결에 항소중이다가 대선에 임박해 갑작스럽게 항소를 취하하고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야말로 여권의 정치공작 때문이 아닌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그는 “그가 갑자기 한국에 돌아가겠다고 한 것은 한국 내 형사처벌에 관한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도 가능케 한다”고 덧붙였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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