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프로야구의 화두는 두산의 ‘철완’ 다니엘 리오스(35)였다. 외국인 투수 사상 첫 20승의 대기록을 모두 선발승으로 장식한 리오스는 1990년 선동열 이후 17년 만에 시즌 22승(5패)을 올렸다. 리오스는 다승과 평균자책점(2.07), 승률(0.815)도 모두 석권하며 마운드를 장악, 페넌트레이스 최우수선수(MVP)까지 예약했다.
그러나 리오스는 가을 찬바람만 불면 힘을 쓰지 못했다. 리오스는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7경기에 등판했으나 단 1승만을 건졌을 뿐 4패에 평균자책점 4.91로 ‘가을 잔치’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KIA 시절부터 페넌트레이스에서는 기복 없는 활약을 펼치다가도 포스트시즌에만 들어서면 제 컨디션을 보이지 못했다.
특히 지난 2005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는 2패만을 떠 안았고, 두산은 결국 4패의 ‘스윕시리즈’로 맥없이 물러났다. 그러나 유일한 포스트시즌 승리가 꼭 2년 전인 2005년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8이닝 무실점)이었다는 사실은 리오스가 좋은 기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리오스가 또 다시 독수리 군단을 제물로 ‘가을 징크스’를 떨쳐내며 팀에 값진 플레이오프 첫 승을 선물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혈전’을 치른 한화는 정민철이 허리 근육통으로, 류현진이 무리한 등판으로 이날 최영필을 선발로 내세웠다. 리오스는 최영필과의 맞대결에서 8이닝을 던지며 탈삼진은 1개에 그쳤지만 산발 6피안타 무실점의 역투를 펼쳤다. 실점 위기마다 병살타 3개를 유도하는 노련한 피칭이 빛났다.
직구 최고구속은 146㎞를 찍었고 ‘명품’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앞세워 한화 타선을 잠재웠다. 1차전 MVP(상금 100만원)로 선정된 리오스는 “굉장히 기쁘고 포스트시즌까지 좋은 구위를 유지해 만족한다. 수비수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완봉승은 중요하지 않다”고 소감을 전했다.
두산이 14일 잠실 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 리오스의 역투와 14안타를 터트린 타선의 폭발적인 집중력을 앞세워 8-0 대승을 거뒀다. 두산은 1회말 첫 공격을 시작하자마자 최영필의 제구 불안을 틈타 2사 만루 기회를 만든 뒤 6번 안경현 타석 때 최영필의 폭투로 선취점을 뽑았다. 2-0으로 앞선 7회에는 7번 이대수의 우중월 3루타를 시작으로 4안타를 묶어 3득점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8회에도 3점을 추가하며 상대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이대수는 하위 타선에서 4타수 4안타 2득점 1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공격을 이끌었다.
두산은 이날 승리로 지난 2001년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이후 포스트시즌 한화전 6연승과 플레이오프 한화전 4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역대 23차례 열린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74%(17차례)에 달했다.
한화는 선발 최영필이 2회 조기 강판 당한 데다 ‘노장 3인방’ 송진우-문동환-구대성이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여 남은 시리즈 마운드 운용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7회 1사 후 등판한 송진우는 포스트시즌 최고령 등판 기록(41세 7개월 28일)을 다시 연장했다. 한편 양팀은 이날 병살타를 7개나 합작하며 역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병살타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종전은 2003년 KIA와 SK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나온 6개.
두산 랜들과 한화 정민철을 각각 2차전 선발로 예고한 두 팀은 15일 오후 6시부터 잠실 구장에서 다시 맞붙는다.
■ 양팀 감독의 말
승리의 요인은 깔끔한 수비
▲김경문 두산 감독=정규시즌이 끝난후10여일 만에 실전경기를 했는데 선수들이 어려운 경기를 잘 풀어줬다. 좋은 수비가 뒷받침된 게 결정적인 승리 요인이었다. 마운드에서는 역시 리오스가 에이스답게 기대에 부응하며 8회까지 잘 던졌다. 4회 실점하지 않았던 게 주효했다. 하지만 병살타를 4개나 친 것은‘옥에티’였다. 1차전 승리로 2차전은 편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신 재무장 2차전 나서겠다
▲김인식 한화 감독=근본적으로 모든 면에서 두산에 뒤졌다. 특히 4회 무사 1·3루에서 크루즈가 타점을 올리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하지만 유원상이 생각보다 잘 던져줘 앞으로 불펜진에큰힘이될것으로 기대된다. 좌류현진, 우유원상으로 불펜진에 좌우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됐다. 몸상태가 많이 호전된 정민철이 2차전에 선발로 나선다. 0-8 완패를 했으니까 2차전에는 정신을 재무장하고 나서겠다.
이상준기자 jun@jk.co.kr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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