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는 <파우스트> 의 마지막 구절을 그는 신봉하는 듯하다. 투박한 듯 단순한 형상과 절제된 선으로 빚은 그의 여인들의 주변엔 늘 종교적이라 불러도 좋을 숭고함이 감돈다. 파우스트>
사조에 휩쓸리지 않고 고집스럽게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온 조각가 최종태(75)의 근작들을 선보이는 ‘구도의 여정-최종태 개인전’이 18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나무, 브론즈, 돌 조각 40여점과 함께 다시 붓을 잡고 그린 파스텔화, 묵화, 수채화 60여점을 오랜만에 내보이는 자리다.
한국 구상조각의 첫머리로 꼽히는 그는 여성의 입상, 좌상, 두상, 손 등 극히 제한된 유형의 형상만을 검박하게 빚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덜고 또 덜어내 형상의 원형질만을 남겨둠으로써 정신성을 형상화하는 그의 작업방식은 이번에도 한결같다.
특히 작가는 인간의 정신성을 오롯이 담고 있는 얼굴표정과 손 동작에 공을 들이는데, 이번엔 여인들의 손이, 기도하듯 합장하듯, 가만히 모아졌다. 갸웃이 기울인 고개와 곱게 모은 두 손이 정하디 정하다.
이번 전시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근래 들어 작가가 본격적으로 작업하고 있는 수채화와 원색을 입힌 채색 목조각들. 그림은 조각을 빼닮아 함부로 선을 휘두르는 법이 없고, 그림 속 여인들은 단순한 형태 속에 내면의 소용돌이와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강렬하게 대비되는 원색들을 채색한 목조각들은 오랜 헤맴 끝에 도달한 정신의 명랑성을 짐작케 한다.
작가는 “자연과 인생에 대한, 그 근본이 무엇인가에 대한 절대적인 확실성의 세계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나의 조각이고 나의 그림이다. 그것은 끝날 수가 없는 일이며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02)720-1020
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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