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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피전 블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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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피전 블러드

입력
2007.10.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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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존재하는 3500여 종의 광물 중 70여 종만이 보석으로 인정 받는다고 한다. 그 가운데 4대 보석을 꼽으라면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다.

비싸기로 치면 다이아몬드지만 최고급 루비는 다이아몬드보다 더 비싸다.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인 다이아몬드는 무색이어서 진홍색 루비에 비해 아름다움이 덜 하다.

루비의 강렬한 붉은 빛은 고대 이집트시대부터 정열과 생명의 신비를 간직한 것으로 여겨져 숱한 전설을 낳았다. 루비라는 이름도 붉다는 뜻의 라틴어 루베르(ruber)에서 유래했다.

▦ 강옥보석인 루비는 코런덤이라고 불리는 산화알루미늄의 결정체다. 순수한 코런덤은 무색이지만 함유된 미량의 성분에 따라 다른 색깔을 띠게 된다. 루비는 산화크롬이 함유된 경우다.

철이나 티타늄 등의 성분이 많아 분홍색, 푸른 색을 띠는 것은 사파이어로 분류된다. 붉은 피를 연상시키는 루비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감기나 상처 치료를 위한 민간요법에 활용돼 왔다.

루비에 함유되어 있는 광물 성분이 내는 파장은 실제로 살균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비는 광학적 성질 때문에 마이크로파를 증폭하는 메이저나 레이저 등에 귀하게 쓰이기도 한다.

▦ 루비의 산지는 미얀마 태국 스리랑카 등 동남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그 중에서도 미얀마가 전세계 루비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미얀마에서 생산되는 피전 블러드(pigeon blood)는 비둘기 피처럼 심홍색인데 최상급 루비로 꼽힌다. 미얀마 북서부 산악지대 모곡의 루비 계곡이 그 산지다.

그러나 채취 작업장의 환경이 매우 열악해 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된다고 한다. '젊은이들의 피를 먹고 붉게 물든 보석'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 에 나오는 것처럼 찬란한 보석의 이면에는 인권유린의 추악함이 숨어있다.

▦ 세계적 보석업체들이 루비를 포함한 미얀마산 보석의 구매ㆍ판매 보이콧을 선언했다. 민주화 시위에 대한 군사정부의 유혈진압과 인권유린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미얀마의 보석 산업은 군정의 주요 수입원이다.

생산과 거래도 군부가 장악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미얀마에 대한 금수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원석이 태국으로 밀반출된 뒤 전 세계로 팔려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미얀마는 국제사회의 보이콧 움직임에도 내달 중순 양곤에서 대규모 보석 경매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피전 블러드 루비를 '블러드 루비'로 만들고 있는 미얀마 군부에 대해 국제사회가 무언가를 보여줄 때가 됐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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