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공기업 개혁작업이 오히려 조직 비대화 등의 역효과를 초래했다는 학계의 지적이 나왔다. 공기업의 경영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공공기관 운영법'이 시행(올해 4월)되기 전의 사례를 주로 분석한 것이지만, 낙하산 인사와 민영화 중단으로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온 정권의 잘못을 잘 보여준다.
최근 한 결혼정보회사의 조사에서 공기업 직원이 남녀를 불문하고 가장 선호하는 배우자로 꼽힌 것만 봐도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비효율성이 역설적으로 드러난다.
어제 열린 한국공기업학회 정책토론회에서 김준기 서울대 교수는 한국은행 자료 등을 인용, "지난해 말 현재 공기업의 부채와 인원은 2002년 말에 비해 각각 51.8%, 12.1% 늘어났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기업 경영진에게 '개혁=소프트웨어적 시스템 개선'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줌으로써 구조조정과 민영화는 좌초되고 공공부문의 팽창만 낳았다는 것이다. 이로써 늘어난 빚이 100조원을 넘고 인원도 1만명 이상 증가했다.
김 교수는 또 "정부가 '일하는 정부'의 슬로건에 취해 '일을 잘하는 효율적 정부'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아 기능 재조정과 구조개편은 중요 정책과제로 취급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신이 내린 직장',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에 대한 조직 혁신과 민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특히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의 금융공기업은 설립목적의 비교우위가 더 이상 없는 만큼 분명한 로드맵과 함께 대대적 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꼽혔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부양해온 공기업의 요직을 전리품처럼 나눠온 참여정부에서의 개혁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고 비대한 조직을 등에 업은 저항력만 더욱 커졌다. 차기 정부라 해도 결연한 의지를 갖지 않으면 손대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정권의 성격 상 공기업의 방만한 행태가 한층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대선주자들로부터 공기업 개혁 약속을 받아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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