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색이 완연하다. 계절의 멋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면 트렌치코트와 타이츠, 부츠를 챙겨야 할 때다. 여름 내 거리를 장악했던 발랄한 미니멀리즘이 가을 들어 복고 감각과 손을 잡으면서 성숙한 여성미를 강조하는 쪽으로 크게 선회하고 있다.
1930~40년대를 풍미한 할리우드 여배우들, 마를레네 디트리히나 그레타 가르보를 연상시키는 강하고 관능적인 여성이 이번 가을의 주인공이다.
트렌치코트- 프랑스 감각으로 입자
가을 패션의 대명사격인 트렌치코트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의 군용코트에서 유래했지만 올해는 영국보다는 프랑스적인 감성으로 치장했다. 어깨 견장이나 커다란 라펠, 더블버튼 등 외관을 다소 딱딱하게 만드는 장식들을 최소화하거나 변형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강조한다. 닥스 숙녀 디자인실 유영주 실장은 “요즘은 트렌치코트도 중후한 느낌보다는 가볍고 젊은 느낌을 주는 것이 인기”라고 말한다.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강한 어깨와 잘록한 허리’이다. 1980년대의 파워수트 처럼 크지는 않지만 어깨를 패드나 주름처리를 통해 위로 살짝 솟게 만들고 허리는 넓은 벨트로 꽉 조이는 것이 유행이다. 보통 트렌치코트의 벨트는 동일한 소재로 만들어지지만 올해는 별도의 벨트를 사용해 허리선 강조 효과를 더 높인 것도 특색이다.
종아리를 덮던 길이는 상당히 짧아졌다. 마치 미니스커트를 입은 듯 엉덩이를 살짝 가리는 아주 짧은 트렌치코트부터 무릎길이의 밑단을 플레어로 처리해 걸을 때마다 원피스를 입은 듯 밑단이 풍성하게 펼쳐지는 스타일도 많이 나왔다.
소매를 리본이나 버클로 조여 같은 원단으로 프릴을 덧댄 것 같은 효과를 주거나 어깨를 살짝 덮는 짤막한 케이프를 탈부착용으로 추가한 것 등은 여성스러움을 가미한 디테일들.
소재의 독특함과 색상의 다양화도 주목거리다. 정미경 끌레몽뜨 디자인이사는 “미니멀리즘의 영향으로 디자인 자체는 단순하게 가져가지만 소재는 은은한 체크문양이나 광택소재, 메탈사를 섞어 짠 것 등 독특한 느낌을 강조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가장 각광받는 소재는 폴리 타프타이다. 가벼울 뿐 아니라 기억형상 기능이 있어서 한번 잡힌 주름이 자연스럽게 유지돼 광택과 실루엣이 멋지다는 것이 중평이다.
트렌치코트는 여밈 처리에 따라 입는 사람의 체격이 크게 달라보이는 상품이다. 더블더튼은 체구를 커 보이게 하므로 키가 크고 마른 사람이 무난하다. 작고 통통한 편이라면 벨트가 없는 싱글버튼이나 짧은 재킷 스타일의 트렌치코트가 더 어울린다.
타이츠- 미니멀패션에 액센트를 주다
가을 겨울용 스타킹인 타이츠는 올해 강렬하고 화려한 무늬가 대거 채용된 것이 특징이다. 겉옷 디자인이 단순하고 간결해지는 만큼 타이츠는 밋밋한 옷차림에 강력한 포인트 역할을 자임한다.
조영아 비비안 스타킹사업부 MD는 “겉옷이 단조로워지면 속옷은 화려해진다”면서 “검정과 감색 갈색 흰색 등 무채색 계열의 색상에 꽃과 하트 리본 도형 등 대담한 무늬를 넣어 전체적으로 세련되고 강렬한 느낌을 주는 제품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무늬 부분을 다른 부위보다 얇게 짜 시스루(see-throughㆍ투명하게 비치는 효과) 형태로 섹시한 각선미를 강조하거나 다양한 직선과 짜임이 교차하면서 기하학적인 무늬를 만들어내고 발목 뒷부분에 리본 프린트를 장식하는 등으로 포인트를 준 제품들도 다양하게 출시됐다. 여름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는 미래주의 유행을 반영해 펄사를 사용한 도발적인 느낌의 타이츠도 여전히 강세다.
올 가을 타이츠는 기능적인 면도 크게 보강됐다. 얇은 봄 여름용 스타킹에 일부 적용됐던 거들 기능이 타이츠에도 접목돼 몸매 보정효과를 높였고 원단에 쑥가공을 해서 발 냄새를 예방하는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부츠- 부티(Bootie)가 대세다
올 가을겨울 멋쟁이 소리를 들으려면 부티 스타일에 주목해야 한다. 부티는 발등을 덮는 길이의 부츠를 가리키는 것으로 발목까지 오는 앵클부츠와 일반 구두의 중간형 쯤으로 보면 된다.
도시적 세련미와 복고적인 여성미를 두루 표현할 수 있는 아이템. 강주원 금강제화 여화 디자인 실장은 “부티는 요즘 유행하는 머스큘린 룩(masculine lookㆍ넥타이나 핀턱 등 남성복의 요소를 여성복에 채용한 차림)이나 클래식한 미니멀 패션에 두루 어울린다는 점에서 가장 투자 가치가 큰 품목”이라고 전했다. 검정이나 갈색 소재에 반짝거리는 에나멜 소재가 강세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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