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폐막작인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서> 의 상영으로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끝났다. 아시아 최고 영화제를 자랑하며, 장르의 경계를 넘어, 아시아영화산업의 새로운 성장을 모색한 올해 PIFF의 성과는? 에반게리온>
■ 아직도 2% 부족한 ‘축제’ PIFF
잔치의 외형은 이제 더이상 자랑거리가 못 된다. 벌써 12회. ‘영화 축제 마당’으로만 보면 PIFF는 명실공히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올라선 지 오래. 때문에 올해 초청작품(64개국 271편)에서, 세계 최초 상영인 월드프리미어(65편)에서 ‘사상 최다’는 당연하다. PIFF는 아시아 영화발전과 문화다양성에 기여한 공로로 이번에 유네스코로부터 펠리니 메달까지 받았다.
관객동원도 역대 최다. 긴 추석연휴 바로 뒤에 이어진 축제에도 불구하고 좌석점유율 75.8%를 기록하며 19만8,603명이 몰려들었다. 지난해보다 3만6,700여명, 이전 최다인 2005년(19만2,970명)보다도 7,000명 가까이 많았다.
두 가지 이유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그만큼 한국영화시장의 다양성이 줄어들어, 영화 팬들이 그 목마름을 PIFF에서 풀었다는 얘기다.
온라인 인터넷 편의점으로까지 확대한 티켓판매시스템, 시네마투게더의 운영, 34개까지 늘린 상영관,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를 포함한 1,192명의 국내외 스타와 그들의 ‘오픈 토크’ 같은 PIFF의 아이디어와 노력도 관객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였다.
그러나 운영에서의 덜컹거림은 올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영화제 사상 유례없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주범이었다. 개막식부터 쏟아진 전혀 예상 못한 가을비에 영화제측은 허둥댔다. 초대 손님들의 지연입장으로 개막식은 20분이나 늦어졌고, 몇몇 야외이벤트와 영화상영이 갑자기 취소됐으며, 해운대 해변에 있는 ‘PIFF 빌리지’에는 물이 샜다.
지난해 <형사> 때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규모를 감안하지 않아 발생한 혼잡으로 30분이나 늦은 이명세 감독 영화 의 기자회견, 대선주자들의 자기 홍보성 방문, 리더필름(영화 상영전 영화제를 소개하는 짧은 영상물)부터 지나차게 강조된 후원 기업에 대한 노출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기에 더 이상 반복지적하기도 지겨운 진행 요원들의 무례함, 배급사 사정과 통관지연, 영사기 사고로 인한 상영취소(5편)도 여전히 반복됐다. 형사>
김동호 공동집행위원장은 “워낙 큰 잔치라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지만 운영체제 정비와 인력 전문화로 이런 문제들을 고쳐나가겠다”고 밝혔다. 내년 영화제 일정도 기상조건을 감안해 정하겠다고 했다.
■ 박수 받은 아시아 영화 프로젝트들
먼저 8억원의 기금으로 아시아 영화감독들의 독창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 첫선을 보인 아시아영화펀드(ACF). 중국 류사오 감독의 <사랑의 중독> , 조은희의 <꽈리> 등 27편의 장편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지원을 결정했다. 안성기 박중훈 강수연이 주도해 신설한 아시아연기자네트워크(APAN)에는 국내외 연기자 111명이 참가했다. 꽈리> 사랑의>
그들은 2억원의 아시아영화발전기금을 모아 말레이시아 호유강 감독의 독립영화에 사전지원비로 내놨다. 한국영화의 수익성을 해치는 주범인 불법다운로드 근절운동으로 시작한 그린마인드 캠페인에 1만여명의 영화인과 관객이 서명한 것도 작은 성과.
기존 프로그램도 적잖은 결실을 쏟아냈다. 15개국 24명이 참가한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는 참가자들의 시나리오로 영화제 기간 단편 <해바라기> (인도네시아)와 <순결한 청춘> (카자흐스탄)을 완성해 상영까지 했다. 아시아 필름마켓(AFM)은 50개국 460개 업체가 참가해 68회 마켓 스크리닝을 기록하면서 김기덕의 <숨> 등 각국 영화 60여편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숨> 순결한> 해바라기>
부산프로모션플랜(PPP)는 35편을 놓고 500여회 미팅을 가졌고, 13개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코프로덕션프로는 한국영화 <연애합시다> 의 중국 홍콩 합작 등을 이끌어냈다. 연애합시다>
이미 3, 4년 전부터 단순한 축제를 떠나 ‘아시아 영화산업 발전의 동반자’로 앞장서기를 선언한 PIFF. 올해 비로소 모든 부문에 걸쳐 완성된 프로그램으로 실천을 시작한 셈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PIFF는 새로운 변화와 성공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대현 문화대기자 leedh@hk.co.kr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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