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반도 종전선언을 논의할 3국, 또는 4국 정상회담의 조기 성사를 위해 한국 정부가 미국에 대해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공식, 비공식 외교 채널을 모두 동원해 ‘종전선언 정상회담’의 기본 취지 및 합의 과정을 미측에 설명하면서 가급적 이를 조속히 실현시키기 위한 미측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려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별 수행원으로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관련 세미나에서 “남북 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이 동북아지역에서의 미국 이익에도 부합한다”며 미측이 전향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특히 “3국 정상회담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구상으로 여기엔 남북한과 미국이 포함된다”면서 “종전선언은 3자가 할 수 있지만 평화협정 체결, 평화체제 전환을 위해선 (중국이 추가된) 4자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의 주체를 분리, 한반도 비핵화 이전이라도 종전선언을 가능토록 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이태식 주미 대사를 포함한 한국 정부 당국자들도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대사는 워싱턴타임스와 인터뷰를 통해 “지금이 라이스 장관의 평양 방문 적기”라면서 “2000년 당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의 방북 이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다면 모든 북한 문제가 잘 해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미간 정상외교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라이스 장관의 방북은 정상외교의 징검다리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정부의 이 같은 공세적인 접근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모린 코맥 미 국무부 한국 부과장은 3국 정상회담이 부시 대통령의 구상이라는 주장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종전선언 참가자수에 대해 결정도,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라이스 장관의 방북 촉구에 대해서도 미 국무부는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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