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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영화 '붉은 수수밭' 원작자…'홍까오량 가족' 등 작품 3종 국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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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영화 '붉은 수수밭' 원작자…'홍까오량 가족' 등 작품 3종 국내 출간

입력
2007.10.1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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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모옌(莫言ㆍ52)의 작품 3종이 번역 출간됐다.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각각 2권짜리 장편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과 중편 연작 <풀 먹는 가족> 을 냈고, 문학과지성사에서 5편의 중편 연작 <홍까오량 가족> 이 나왔다. 19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전반 사이에 쓰여진 작품들로, 모옌의 작품 세계를 논할 때 많이 거론되는 대표작이다.

원작이 가장 먼저 출간된 작품은 <홍까오량 가족> (1987)이다. 86년 문예지에 발표한 일련의 중편을 묶은 것으로, 작가의 고향인 산둥성 까오미현의 1920~40년대를 배경으로 일제의 억압에 저항하는 민중의 모습을 특유의 몽환적 필체로 그렸다.

국내에선 장이모우 감독의 98년 영화 <붉은 수수밭> 의 원작으로 잘 알려진 중편 ‘붉은 수수’만 단행본으로 출간됐다가 이번에 원래의 연작 소설집으로 나왔다.

홍까오량(紅高梁)은 ‘붉고 키가 큰 수수’란 뜻. 다섯 편의 연작에서 수수밭은 일본군에 비해 화력이 열세인 민병대의 매복터이자 ‘나’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사랑을 나눈 정염의 장소이고, 민초들의 울분을 달래주는 곡주(고량주)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모옌은 “내 고향에선 해마다 홍수가 나서 키 작은 농작물은 몰사하기 때문에 키가 큰 수수만 심었다”며 “수수밭을 민족정신과 애정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는 무대로 결정한 뒤 일주일 만에 연작 장편의 초고를 완성했다”고 회고한다.

88년에 나온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는 문화대혁명의 상흔과 개혁개방의 격변이 상존하는 80년대 중반 중국의 농촌 마을 티엔탕(天堂)을 배경으로 한다.

마늘 농사로 생계를 꾸리는 이곳은 ‘천당 마을’이란 마을이름의 뜻이 무색하게 지방정부의 태만과 무능으로 가난에 시달린다. 풍작을 맞은 해,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탓에 마늘과 마늘종이 안 팔리자 참다못한 농민들이 정부청사 앞마당으로 몰려가 시위를 벌인다.

하지만 적반하장으로 주동자 색출에 나선 공권력에 의해 궁지에 몰린 농민들. 소설은 경찰에 쫓기는 두 마을 청년 까오양, 까오마의 비극적 사연을 통해 중국의 성장주의 이면에 온존하는 관료사회의 병폐를 예리하게 비판한다.

<풀 먹는 가족> 은 모옌 소설의 주조를 이루는 ‘마술적 리얼리즘’ 기법이 두드러지는, 87~89년작 중편 6편을 모아 93년 출간됐다. 각 작품마다 일관된 서사 없이 꿈을 매개로 한 우연하고 신비한 이야기가 얽혀 있다.

첫 작품 ‘붉은 누리’에는 고향에 누리(메뚜기과 곤충)떼가 창궐해 농작물을 죄다 갉아먹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갈 결심을 하는 ‘나’가 등장한다. 40년마다 이런 재난이 반복된다는 마을 어른들의 얘기를 떠올리던 나는 꿈을 통해 태어나기도 전의 마을 상황까지 훤히 알게 되고, 꿈 속의 나와 현실의 나 사이 경계선은 점점 흐릿해진다.

대대로 씨족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작가는 서사의 무한 증식을 탐색하는 옹골찬 이야기꾼의 면모를 과시한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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