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희준ㆍ서현석 등 지음 / 책세상 발행ㆍ244쪽ㆍ1만2,000원
대중문화 안에서 애국주의를 고취하거나 사회문제를 감추는 일은 오늘날 그리 낯설지 않은 일이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의 정당성 논란이 그가 추진한 3S(스포츠, 스크린, 섹스) 정책에 가려졌던 사실은 주지하는 바다. 대중문화는 권력을 쥔 쪽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호도할 수 있는 통치수단으로 유용하게 이용돼 온 것이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 서현석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방송영화 전공 조교수, 민병직 서울시 도시갤러리 추진단 책임규레이터 등 국내 문화연구자 5명이 공동저술한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는 미국의 대중문화가 어떻게 신보수주의라는 얼굴을 감추고 전 세계로 진출했는지 보여준다. 이 책은 신보수주의가 곧 신자유주의로 실현되고 있으며 세계화라는 거대 구조물을 만들었다는 점을 각인시킨다.
미국의 대중문화는 이 구조물이 세계 곳곳에 침투할 수 있게 하는 장치이며 ‘전 세계의 미국화’를 이끄는 첨병이라고 지적한다. 마이클 조든, 타이거 우즈, MTV 등은 그 아이콘들이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이 등장하면서 조직화되기 시작한 신보수주의는 미국인에게 이른바 ‘바른생활 USA’를 강조하기 위해 스포츠를 강력한 장치로 작동시켰다.
‘마약ㆍ범죄와의 전쟁’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사회 주변부의 유색 인종과 소수자들을 탄압했다. 이 책은 같은 시기 미국인들을 사로잡은 마이클 조든의 성공 신화는 계급ㆍ인종차별적인 당시의 정책과 사회 분위기를 탈색하는 ‘물타기’였다고 말한다.
또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가 슈퍼스타가 되기까지 MTV의 역할, ‘코스비 가족’이 확산시킨 레이거니즘, 제프 쿤스의 작품이 미술로 인정받는 과정 등 대중음악, 영화, 드라마, 미술 등 문화 속의 신보수주의를 파헤치고 그것의 세계화 과정을 밝힌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러한 현상은 다양한 전 세계의 문화를 일방적으로 통합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국가의 산업ㆍ생태계에 재앙과 문화적 종속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정희준 교수는 “미국의 제조업과 농업, 오락산업과 방송자본, 할리우드의 이익을 위해 자국의 문화 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한국 정부의 행위를 지켜보면 당혹스럽다”며 “차이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 침략의 뒷받침인 신보수주의는 우리가 이해하는 동시에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한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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