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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노벨상 스캔들' 금빛 노벨상 뒤에 숨은 씁쓸한 암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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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노벨상 스캔들' 금빛 노벨상 뒤에 숨은 씁쓸한 암투극

입력
2007.10.1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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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인리히 찬클 지음ㆍ박규호 옮김 / 랜덤하우스 발행ㆍ380쪽ㆍ1만5,000원

‘이젠 지쳤다, 그물에 갇힌 동물/ 멀리 사람들이 있다. 자유. 빛/ 뒤에서 들리는 추격자들의 소란스러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모든 길은 끊어졌다’ (<노벨상> 중,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1901년 제정된 이래 수상자들에게는 막대한 명예와 부를 선물했던 노벨상. 그러나 한 세기 동안 그 상은 시끄러운 뒷말들도 많이 남겼고, 가오싱젠이나 파스테르나크, 솔제니친 같은 수상자들을 고통에 몰아넣기도 했다.

<지식의 사기꾼> <과학의 사기꾼> 등 사기나 음모를 통해 명성을 획득한 과학자, 지식인들의 치부를 밝혀내는 저작들을 선보였던 독일 카우저스라우테른대 유전학과 교수 하인리히 친클은 노벨상에 얽힌 씁쓸한 뒷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인다.

이 삐딱한 과학저널리스트의 눈에 비친 노벨상의 역사는 ‘가장 인류에 공헌한 사람에게 이 상을 수여하라’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을 머쓱하게 하는 논란의 역사였다.

성ㆍ정치ㆍ인종적 논쟁으로 수상자에 대한 자격시비가 그치지 않았고 상을 받기 위한, 혹은 상을 받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후보자와 후원자 사이의 사기와 배신, 협잡과 음모도 적지 않았다.

두고두고 노벨상의 권위에 흠집을 낸 사례로는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가 꼽힌다. 상을 받아서가 아니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폭력 평화운동의 상징으로 살아있을 때부터 마하트마(위대한 영혼) 라는 칭호를 얻은 간디는 3차례나 평화상 후보로 올랐지만 오슬로의 노벨위원회는 유색인의 영웅인 그에게 웬일인지 상 주기를 주저했다.

어처구니 없게도 영국에 대항하는 그의 몇몇 평화적 행동이 폭력적 분쟁으로 번질 위험이 있음을 그 자신이 알아야 했다는 일부 인사들의 논리나 간디가 파키스탄과의 전쟁을 옹호한다는 앵글로색슨 언론의 왜곡된 지적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정반대의 인물도 있다.

1918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 그는 최초로 원소를 이용해 암모니아 합성에 성공한 권위있는 화학자이기도 했지만 독일민족주의를 신봉하고 독가스무기의 실용화에 팔을 걷어 부친 전쟁광이기도 했다.

동료 화학자였던 아내가 남편의 전쟁무기연구를 만류하며 목숨을 끊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버의 연구는 1차대전에 사용된 세계최초의 독가스수류탄과 유대인학살에 사용된 악명높은 살인가스 ‘사이클론B’ 개발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줬다.

책은 이밖에도 제국주의와 인종주의적 시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정글북> 의 지은이 루디어드 키플링(1907, 문학상), ‘프리온’ 이론의 대가로 명성을 얻었으나 실상은 연구성과보다는 노련한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스탠리 벤 프루시너(1997, 의학상), 미국외교의 오랜 불간섭주의 전통인 먼로주의를 깨고 경찰국가로서 미국의 위상을 확립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1906, 평화상) 등 미심쩍은 노벨상 수상자 50명의 이야기를 한데 묶었다.

모두 800여 차례나 이뤄진 노벨상 시상 가운데 50건쯤이야 하며 무신경하게 넘어갈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 역시 노벨위원회가 훌륭히 업무를 수행해왔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노벨상이 그 탁월한 명성을 이어가려면 수상자 선정 방식에 취약한 부분을 시급히 시정해야 한다고 결론 맺는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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