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여군 장교를 성희롱하고, 여군 장교가 자신을 피하자 심야에 독신자 숙소 문까지 뜯어내는 등 엽기적 행각을 벌인 부대장에게 전역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육사 출신으로 30여년간 군에서 근무한 김모 대령은 2005년 말 한 지방의 부대장으로 부임했다. 이듬 해 1월 저녁 영내 식당에서 간부들과 식사를 하던 김씨는 합석한 여군 중위 이모씨를 보게 됐고, 식사 후 노래방에 갈 때 김씨는 이씨의 손을 잡고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자정께 자리가 부담스럽던 이씨가 노래방을 빠져나가자 김씨는 “이씨에게 연락이 안된다”며 119구조대를 출동시켜 이씨가 거주하는 독신자 숙소의 문을 뜯어 내기도 했다.
김씨의 행동은 점점 심해졌다. 설날 연휴 계획보고를 위해 집무실에 들어 온 이씨에게 “연휴에 뭐하냐. 하루라도 못 보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회식 자리에서는 이씨에게 자신과의 러브샷을 강요하는 한편, 노래방에서는 이씨를 옆에 앉히고 “사람들이 없으면 뽀뽀하고 싶다”면서 부르스 춤을 강요하고 허리를 껴안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육군본부는 지난 해 8월 김씨에 대해 ‘지휘관계를 이용해 여군 장교를 성희롱하는 등 군 위신을 손상할 우려가 있다’며 전역 처분을 내렸고, 김씨는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전성수)는 11일 김씨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전역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여군 장교에 대해 수 차례 성적 수치심을 유발시켰고, 심야에 여군 장교의 독신자 숙소 출입문을 뜯게 하는 등 비합리적 행동을 한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김씨는 군 기강을 문란케 했고, 이로 인한 부대원들의 신뢰 상실로 정상적 부대 지휘가 불가능한 것으로 보아 법률상 현역 복무에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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