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이후 꽉 막혀 있던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달비용이 워낙 높아 서브프라임 사태 이전의 금리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은 11일 미국 뉴욕에서 15억 달러 규모의 해외채권 발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5년 만기인 이 채권은 국제기준금리인 리보(Libor)+0.5%포인트다. 이번 발행은 1998년 한국 정부가 10년 만기 외평채 30억 달러를 발행한 이후, 국내기관이 발행한 가장 큰 규모다.
앞서 산업은행도 4일 600억엔(4,8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고, 현대캐피탈이 9월 말 3억5,500만유로(4,600억원) 규모의 5년 만기 채권을 발행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국내 금융회사들의 연이은 해외채권 발행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충격으로 심화됐던 국제시장의 신용 경색이 어느 정도 해소됐음을 보여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이후 안전자산 선호흐름 속에 신흥시장물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해외 채권발행이 원천적으로 봉쇄됐었다.
수출입은행은 당초 10억 달러만을 차입하려고 했으나 국제 투자자들이 40억 달러 이상을 주문, 15억 달러 규모로 증액하기도 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은 상당 부분 완화됐다"며 "유럽 등은 아직 불안한 상태지만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차단 의지를 보인 미국은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리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전 보다 크게 높다는 데 있다. 즉, 정상가격으론 여전히 채권발행이 힘들다는 얘기다. 수출입은행이 올 2월 7억5,000만유로 규모의 10년만기 채권을 발행했을 때 금리는 리보+0.27%포인트 였다.
이번 채권은 5년 만기로 10년 만기인 2월 발행 채권보다 금리가 낮아져야할 요인이 있음에도 무려 0.23%포인트가 올라간 것이다. 산업은행의 채권 발행 금리도 3년 만기는 리보+0.4%포인트, 5년 만기는 리보+0.5%포인트포인트, 현대캐피탈 채권은 리보+0.8%포인트였다.
가산금리가 높은 이유는 아직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투자로 인한 손실 규모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및 유럽 금융회사들이 실적 발표를 통해 조금씩 윤곽이 나오고 있지만 시장의 의심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쪽 금융회사들의 실적발표가 완료되고 손실 규모가 완전히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높은 금리로 발행해야 하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도 "유동성이 풍부할 때에는 낮은 금리로도 쉽게 채권발행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투자자들이 오히려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며 "당분간 발행 금리가 낮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채권발행금리란?
국제금융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할 때 금리는 리보 혹은 미국국채에 일정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시장이 불안하고 채권발행자에 대한 불신이 크면 가산금리는 올라가고, 반대면 떨어진다. 가산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채권값어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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