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사정 대토론회 연설 도중항의 근로자들에 갇혀 옴짝달싹 못해
비정규직 고용 개선을 위해 열릴 예정이던 ‘노사정 대토론회’가 비정규직 보호법 철폐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집단 시위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격려사를 중단하고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피해 토론회장 대기실로 피신했다가 1시간 동안 갇히는 봉변을 당했다.
11일 오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주최로 노사정 대토론회가 열린 서울 중구 서소문동 올리브타워 20층. 토론회장이 아수라장으로 돌변한 것은 이 장관이 격려사를 위해 연단에 나오면서부터였다.
‘비정규직법 폐기’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비정규직 근로자 50여명이 연단 앞으로 나와 이 장관을 빙 둘러쌌다. 졸지에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의해 포위를 당한 이 장관은 당황한 기색 속에서도 격려사를 이어갔다.
침묵 시위를 하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이 장관이 “비정규직법은 노사가 절충을 통해 만든 법”이라고 말하자 장관을 향해 일제히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랜드 코스콤 등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근로자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책상을 치고 이 장관에게 삿대질을 하며 “우리가 언제 합의해 줬냐”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을 죽이는 법”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시위대의 거센 항의에 두 차례 말이 끊기면서도 격려사를 계속하던 이 장관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입술을 꾹 다문 뒤 “여러분들의 심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정당하지 않다”며 시위대를 향해 고성을 질렀다.
격려사를 포기하고 자리로 들어가려던 이 장관은 극도로 흥분한 시위대에 3분여 동안 둘러싸여 옴짝달싹 못하다가 노동부 직원들의 도움으로 황급히 토론회장에 마련된 대기실로 피신했다. 시위대는 경찰 병력 30여명이 긴급 출동해 해산시켰고, 토론회는 시작 1시간 30분 만에 주제문 발표도 하지 못한 채 무산되고 말았다.
토론회를 무산시킨 시위대의 한 참가자는 “면담 요청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도 장관은 단 한번도 우리를 만나주지 않았다”며 “오늘 같은 날 아니면 우리가 언제 장관을 만나 비정규직으로서의 한을 말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1시간 동안 대기실에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했던 이 장관은 “노동단체의 면담 요청을 거부한 적은 없다”며 “비록 무산됐지만 이런 토론회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노사정의 대립이 얼마나 심각한지 확인할 수 있는 소동”이라고 말했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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