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에서 ‘10ㆍ3 합의’가 이뤄지면서 그 이전에 제기된 북한-시리아간 핵 커넥션 의혹이 수면 밑으로 잠복하는 분위기이나 이 문제가 갖는 잠재적 폭발력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의혹과 관련된 진실이 무엇이냐가 아직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북-시리아 핵 협력 의혹이 근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북 핵 6자회담의 진전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거꾸로 6자회담이 다른 이유로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에도 이 문제의 폭발력은 한층 커질 수 있다. 이 의혹이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가 가시지 않고 있는 때에 설상가상으로 다시금 북한의 진실성이 의심되는 일이 발생하면 그 부정적 효과는 배가될 수밖에 없다.
북-시리아 핵 커넥션 의혹의 진실과 관련해 미국은 현재까지는 확실한 긍정도, 확실한 부정도 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의혹을 놓고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 국무부의 실용적 협상파와 딕 체니 부통령 등 백악관의 일부 강경파 사이에서 벌어진 일련의 노선 대립은 일단 라이스 장관측의 판정승으로 끝난 것처럼 보인다.
북핵 6자회담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체니 부통령 등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반면 “지금은 6자회담에 집중해야 할 때이고 북-시리아 의혹도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라이스 장관측이 현재의 국면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측도 과연 이 의혹이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을 정당화할만한 수준이냐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뿐 의혹 자체를 전면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
미 국무부의 한 관계자도 “미 행정부내 강경파에 의해 의혹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을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그것이 ‘아무 것도 아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향후에도 진실논쟁이 재연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시리아를 공습했다는 이스라엘측이 좀더 확실한 증거를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 상황을 더 꼬이게 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측으로서도 ‘증거를 제시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단 증거가 드러나면 미국의 입장과 선택이 궁지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의 태도에도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시리아측은 이스라엘의 공습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9월초부터 지금까지 문제가 된 현장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9일에야 비로소 외신 기자들의 현장 접근을 허용했다. 시리아로서도 뭔가 숨기고 싶은 것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공습목표로 지목된 시이라 동부 도시 ‘데이르 에즈 조르’의 정부 농업연구소 소장은 당연히 예상했던 대로 외신 기자들에게 “여기에는 보다시피 농부들과 옥수수밖에 없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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