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의 첫째 딸인 이부진(37) 호텔신라 상무가 영국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매각한 삼성석유화학 지분 47.4% 중 33.2%를 인수함에 따라 화학부문의 성장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2000년 삼성종합화학 지분 매각 이후 화학부문에 별다른 사업의지를 보여오지 않던 삼성이 이번에 삼성석화 지분을 인수한데 대해 경쟁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삼성석화는 이병철 선대 회장이 창업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향후 삼성의 사업전략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동종업계는 우선 제일모직과 삼성정밀화학 등 화학 계열사들이 중후 장대형 범용 화학제품 대신 전자재료 등 삼성의 핵심사업과 연계된 사업구조로 변신하고 있는데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대주주 일가의 삼성석화 지분 매입은 기존 화학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한 지분구조와 향후 사업구조에 획기적인 변화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기존 지배구조를 놓고 볼 때 삼성물산이나 삼성SDI 등이 일종의 화학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 동안 삼성 안팎에선 화학 계열사가 제일모직을 이끌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둘째 딸 이서현(34) 제일모직 상무보에게 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에 이부진 상무의 삼성석화 지분 인수를 다소 의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제일모직이나 삼성정밀화학이 화학 지주회사로 부각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제일모직에 대한 그룹 차원의 지분율이 너무 낮고 '석유화학의 꽃'인 나프타 분해공장(NCC) 업체 삼성토탈에 대해 실효적 지배를 행사할 수 없다는 점등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어쨌든 삼성가(家) 3세가 1대 주주로 나섬에 따라 최근 영업실적이 부진했던 삼성석화와 삼성BP화학의 사업구조 개편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석화는 앞으로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외에 생산품목을 다양화하고 사명을 바꾸는 등 새 출발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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