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일ㆍ최재천 / 휴머니스트생명공학과 인간 운명은? 인문학ㆍ자연과학의 만남
1985년 10월 12일 서울대병원 장윤석 교수 팀이 한국 최초로 시험관아기 남녀 쌍둥이를 출산하는 데 성공했다. 1978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시험관아기 루이스 브라운(그는 2006년 12월 자연임신으로 사내아이를 출산했다)이 태어난 후, 세계적으로 30만명이 넘는 시험관아기가 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는 매년 약 1만5,000여명의 시험관아기가 탄생한다.
체내수정 동물인 인간의 체외수정이 가능해졌음을 뜻했던 시험관아기는 처음에는 ‘자연을 거스르는 악’으로 매도됐다. 하지만 생명공학의 급속한 발전으로 이제는 인공수정은 물론이고 정자ㆍ난자 매매, 난자 스와핑에다 베이비 디자인, 인간복제가 거침없이 논의되는 이른바 ‘베이비 비즈니스’(아기산업)의 시대가 됐다.
생명공학은 아예 21세기 ‘인류의 성장 엔진’으로 떠받들어지고, 황우석 사태가 휘몰아쳤던 한국은 이 분야의 선진국으로 꼽히기도 한다. 과연 생명공학 시대 인간의 가치와 운명은 무엇인가.
인문학자 도정일(66) 전 경희대 영어학부 교수와 동물행동학자 최재천(53) 이화여대 교수의 <대담> 은 이 물음에 대해 2002~2005년 벌인 10차례의 대담과 4차례의 인터뷰를 책으로 묶은 것인데, 황우석 사태 직전에 출간됐다. 두 사람의 대담은 생명공학의 발전에 따른 ‘인간을 보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논의부터 인문학ㆍ자연과학에 서로의 비판과 옹호를 거쳐, 과학 인문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지식 혹은 학문과 현실의 통합을 위한 통섭(統攝)의 논의로 이어진다. 대담>
각자 자기 분야의 전문성에다 해박한 인문적 지식으로 인정받는 이들, 책은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두 사람의 입담에서 얻을 수 있는 폭넓은 교양과 지식이 주는 즐거움이 그 두께를 그다지 부담스럽게 만들지 않는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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